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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마당/목회 칼럼

7월의 코스모스

7월의 코스모스

 

우리 교회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에 좋은 음식점이 있다 하여 몇 집사님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집사님께서 운전하시고 저는 뒷좌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어디인지는 분명히 모르겠지만 언뜻 제 눈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7, 온 세상이 파랗게 물든 숲속길에 왠지 낯이 선 색상이 졸고 있는 눈에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꿈이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실제 저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거리였지만 셀 수 없을 정도의 꽃들이 길가에 피어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갑자기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듯 가슴에 설레임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무더운 7월의 코스모스라 …….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무더운 날씨를 어떻게 저 약한 꽃이 견뎌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또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급해서 자기의 철도 아닌데 무더위와 싸워야 하나? 거의 한해를 다 보낸 초가을,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에 나와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코스모스인데

초등 학교 시절, 우리학교앞 길에는 유난히 많은 코스모스가 길가에 피어 있었는데 특별한 놀이 거리가 없는 제게는 코스모스가 등하교 길에 좋은 놀이 벗이 되곤 했습니다. 꽃을 따서 꽃잎을 몇 개 뜯어내고 공중에다 던지면 마치 프로펠라 처럼 빙빙 돌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일도 있었습니다. 개구쟁이 시절 친구의 머리를 깨지게 해놓고 그의 독특한 향 때문에 마치 한약이나 되는 듯 그것을 으깨어서 친구의 머리통에 붙여 놓고는 울고 있는 친구를 안심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코스모스가 있는 곳에는 항상 벌들이 많았습니다. 고무신을 벗어서 벌을 잽싸게 낚아 챈후 고무신을 빙빙 돌린 다음 땅에다 힘껏 내리 치면 벌은 거의 혼수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놈의 몸통을 나누면 그 속에 진짜 꿀이 나옵니다. 그러면 그것을 쭉쭉 빨아먹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 아마 저는 벌들로부터 상당한 미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아무튼 어울리지 않는 7월의 코스모스는 저의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여 짧은 순간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코스모스를 보아 왔지만 7월의 코스모스는 마치 잘 나오는 사진기로 찍어 놓은 사진 한장처럼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녀석들은 진짜 철이 없는 놈들입니다. 제 철도 모르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철이 없는 것들이 저를 무척이나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제 철에 핀 수없이 많은 코스모스보다 더……

올 여름이 다른 해 보다 무척이나 덥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피어난 7월의 코스모스는 더위를 무척이나 잘 타는 제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철없는 7월의 코스모스가 한 번 되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나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기쁨과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 진짜 철없는 놈 말입니다. 올 여름은 철 없는 7월의 코스모스 때문에 조금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7월의 코스모스 만큼이나 철없는 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 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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