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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설교/이동원목사

[스크랩] 정인교 교수의 설교비평(5) 이동원 목사


웅변을 넘어서는 설교 - 이동원 목사의 설교세계

현재 한국 강단에서 가장 주목받으며 목회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설교자는 누구일까. 목회와 신학이 전국 578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교자들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동원 목사는 가장 설교를 잘하는 설교자와 가장 본받고 싶은 설교자로 꼽혔다. 설문이 갖는 시간에 따른 가변성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목회자들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영예스러운 일이다. 또 정년까지 아직 5년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조기은퇴를 결정한 것 역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게 사실이다.

사실 이동원 목사가 목회자 세계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모은 것은 이 목사가 이룩한 오늘의 지구촌 교회 성장이다. 이 목사는 1993년 미국에서 돌아와 허허벌판인 용인시 수지읍의 선경 마그네틱 공장 복지관을 빌려 교회를 개척했다. 첫 예배를 드릴 때 65명으로 출발한 지구촌교회는 1994년 1월 9일 창립예배 시에 344명, 그리고 개척 7년 만에 재적인원 2만, 출석 인원 1만 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지구촌교회의 성장의 핵심 동인은 이 목사의 설교이다. 오늘의 지구촌교회는 모든 교회가 부러워할 만큼의 조화된 목회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오늘’이 있기까지 이 목사의 설교가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설교에 대한 찬사는 여기저기에서 흘러넘친다. “강의하는 듯한 자연스러움과 완벽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구사, 억양과 제스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유머 사용…. 이런 특유의 감각으로 다듬어진 그의 강해설교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설교의 미학’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는 설교 작성(준비)에서부터 전달(커뮤니케이션)까지 설교자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는 한순진의 평가는 이 목사의 설교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헌사라 할 것이다.

어느 설교자도 완벽한 설교자는 없음을 염두에 둘 때 이런 헌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지구촌교회에 출석하는 필자의 지인은 이 목사의 설교를 가리켜 ‘요즘은 그저 한 달에 한번 안타치는 정도(?)’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교를 평생 업으로 하는 설교자들이 이 목사를 본받고 싶은 설교자, 부러워하는 설교자로 꼽았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동원 목사는 “영혼을 구원하고 교인을 성장·양육하며 하나님나라의 미션을 전하는 것이 설교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성경적인 메시지를 통해 청중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는 설교와, 결론이 도전적이고 복음적인 설교가 좋은 설교”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설교가 하늘을 위한 땅의 소리, 땅의 말씀이라고 정의하며 따라서 전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여야 하지만 동시에 땅의 옷을 입고 땅의 언어로 들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설교 이해는 원론적인 면과 실천덕인 면을 포괄하고 있다. 즉 설교가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여야 한다는 것은 말씀의 권위가 성경에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은 그가 초지일관 강조하는 강해설교로 현실화된다. 땅의 언어로 들려져야 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모든 노력을 일컫는 말이다.

그가 항상 강조하는 ‘주제, 즉 중심 생각이 분명한 설교’ ‘단일주제의 설교’ ‘서론이 탁월한 설교’ ‘대지형성이 논리적인 설교’ ‘삶에 구체적인 적용이 가능한 설교’ ‘감동적인 설교’는 설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일깨워준다. 이 목사는 좋은 설교는 교회성장을 이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즉 ‘영혼 구원, 교인의 성장과 양육, 하나님나라의 미션(mission)을 나타내는 설교’는 자연스레 교회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목사가 설교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설교를 다른 목회 요소들과 동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설교가 전부가 아니지만 제자훈련, 전도운동, 예배갱신운동(경배와 찬양 등), 성령운동, 셀목회, 교육사역, 교회비전 제시 등을 통하여 설교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설교에 대한 이 목사의 우월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목사의 설교 217편을 분석한 결과 교리적-사역적 주제들(교회,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헌금, 예배, 선교 등)은 62편, 성도의 개인적 주제들(신앙태도, 믿음 구원, 희망, 가정 등)은 152편,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주제로 한 설교는 3편으로 파악되었다. 이런 분석을 통해 분명해지는 것은 이 목사의 설교가 성도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그것이 성도 개인의 신앙이든, 삶의 태도이든 이 목사의 관심은 성도개인이 신앙인으로서나 생활인으로서 믿음이라는 토대위에서 온전히 성장해 가는 데 그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목사는 회중에게 다가서는 설교를 위해 노력하는 설교자로, 한편의 설교를 위해 10~20여권의 책을 참조하고 평상시 지속적인 독서를 하며 시사적인 문제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회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은 대지전개에서도 드러나는데 가령 대지의 주제에 맞는 상황설명 혹은 예화인용으로 회중을 집중시킨 후 본문과 대면시키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이를 통해 이 목사는 성경과 현대인 사이에 놓인 시간적 문화적 사상적인 거리를 제거 하고 회중들이 ‘주제’ 안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이 목사의 설교가 갖는 최대 특징은 그가 강해설교의 대표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한국 강단에 제대로 된 강해설교를 최초로 도입하여 강해설교의 열풍을 일으킨 선구자이자 강해설교를 통해 교회의 부흥을 이룬 ‘성공적인 강해설교자’이다. 강해설교의 최대 강점은 ‘성경적 설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설교를 보면 설교자보다는 ‘말씀이 말씀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이 목사는 이를 위해 성경의 원어분석, 병행구 대조, 본문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사상적 배경 등을 매우 즐겨 사용한다. 이동원 목사의 설교가 눈이 번쩍 뜨이는 어떤 기막힌 발상의 전환이나 통찰력이 없으면서도 회중에게 다가서는 설교로 각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목사는 회중을 꾸짖거나 잘못을 들춰 비판하기보다는 가능한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메시지의 경향성 역시 회중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목사가 무작정 로버트 슐러 식의 ‘긍정적 사고’나 ‘희망의 복음’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설교를 통해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치부와 문제를 고발하면서도 감정적인 거부감 없이 회중들로 자기를 돌아보며 스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목사의 ‘숨통을 열어주는 설교’는 모든 설교자들이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도 회중의 공감대를 유발하기 위해 설교도입부에 전체 설교의 20% 정도를 할애하는 것이라든지, 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노력, 그리고 주제에 대한 치밀한 논리적 접근, 감동적인 예화를 통한 감성적 터치 그리고 정련된 전달의 수사기법과 스피치 능력 등은 이동원 설교의 긍정적인 요소들이다. 특히 성경적인 설교를 하려는 노력과 세련된 설교전달 능력은 오늘의 설교자들이 이 목사로부터 배워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이동원 목사는 장점이 많은 설교자로 후진들이 본받을 만한 설교자이다. 단지 설교자로서 뿐 아니라 무소유와 조기은퇴를 선언한 그의 성직자적 진지함 역시 모든 사역자들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동원 목사만큼만 설교할 수 있다면 목회에서 설교로 인해 고통당할 자 누구랴? 그러면서도 그의 설교에 대해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이 드는 것은 이 목사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까?

이 목사가 시사적인 문제 등 주제의 첨예한 현실성으로 회중을 초청하는 것까지는 회중집중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뒤이어 나오는 결론은 대부분 너무 원론적이어서 현실이 갖는 급박함에 비해 나이브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이하학적 땅위의 지평을 다루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실천적 행동 대신 해답을 전적으로 형이상학적 차원으로만 제시하는 것은 그 원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소위 ‘설교의 김’이 빠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정용섭이 이 목사의 설교를 가리켜 공허하다고 진단한 것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는 지적이다. 또 이 목사의 설교가 지나치게 개인으로서의 성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복음이 가진 공적 성격과 교회와 성도의 역사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지구촌교회나 이동원 목사가 가지는 한국 교회 내에서의 위치를 생각할 때 아쉬운 점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지만 이 목사의 설교가 항상 예화와 대지라는 고정적인 틀을 고수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의 형식에 모든 설교의 메시지를 고정시키고 그것을 절대화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오늘의 지구촌교회를 일군 일등공신이라 하더라도, 결코 추천할 일은 아니다. 필자는 모범적 위치에 있는 이 목사의 설교가 최근 설교학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설교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기를 바란다. 그 작업을 3년간의 공동사역과 그 이후 목회자 훈련 프로그램의 운영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인교 서울신대 설교학 교수(한국설교학회장)

출처 : 보좌로부터흐르는생명수
글쓴이 : 창밖에 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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