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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예화/일반 예화

사람이 산다는 것

사람이 산다는 것

전능의 신 제우스가 인간과 동물을 만들어 보라고 프로메테우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만들다보니 인간보다 동물의 수가 더 많아졌다. 그러자 제우스는 짐승 수를 줄이고 사람 수를 늘리라고 다시 프로메테우스에게 명령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미 만들어진 짐승중의 일부를 부수고 인간으로 바꿔 놓았다. 이리하여 모습이나 마음이나 다같이 인간인 사람과 모습은인간이지만 마음은 짐승인 사람의 두 가지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인간의 수명은 처음에는 20년이었다. 그것을 인간은 늘 불만스레 여기고 있었다. 때마침 겨울이 되자 추위를 견디다못한 말이 인간에게 와서 겨울을 나게 방하나를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인간은 {너의 수명중의 얼마를 내게 나눠준다면 방 하나를 빌려 주겠다}고 말했다.
말은 이 흥정을 받아들이고 자기 수명 중에서 15년을 떼어 주었다. 그 다음에 소가 와서 똑같은 부탁을 했다. 인간은 말 때와 똑같은 조건으로 소에 방을 빌려 주었다. 마지막에 찾아온 개에도 똑같은 조건으로 방을 빌려 주었다. 이리하여 인간의 수명은 65세가 되었다. 그 후부터 인간은 원래의 수명인 20년 동안은 선량하게 살지만 말한테서 받은 나이가 되면 허풍이 많고 거만해지고, 소에서 받은 나이가 되면 남을 지배하려들고, 개로부터 받은 나이에 이르면 잔소리가 많아지고 화도 잘 내게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마음 내키는 대로]라는 희극에서 인생을 다음과 같이 7단계로 나누었다. {세상은 모두가 하나의 무대, 인간이란 남자나 여자나 한낱 어릿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가 그 무대에 등장했다가 7막을 연기한 다음에 퇴장한다. 첫째 막에서는 유모 품에 안겨서 칭얼대는 어린애 역할을 한다. 다음에는 가기 싫은 학교에 억지로 다니는 학생이 되고, 그 다음에는 애처롭게 연가나 부르는 연인 노릇을 한다. 다음에는 싸움을 좋아하고, 물불을 가리지도 않고 명예욕에 불타는 군인이 된다. 5막째 에는 뇌물로 아랫배가 튀어나오고, 그럴싸한 격언을 뇌까리며 위엄부리
고, 그러면서도 제법 자기 일에는 열심인 재판관 노릇을 한다. 그러다 6막에 들어가면 몸에 맞지도 않는 젊었을 때의 옷을 걸쳐 입고, 허리에는 돈주머니를 꿰찬 얼빠진 늙은이가 되어버린다. 마지막 막에서는 노망하여 눈도 안보이고 이빨도 없는 어린애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이처럼 어리석음의 연속이다. 인생을 한껏 1백세로 늘려 잡는다 해도 여기서 어린 시절과 노인시절을 빼면 정말로 인간다운 삶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은 50년이다. 여기서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들을 뺀다면 25년밖에 안 남는다. 여기서 또 병이며 걱정 거리로 빼앗기는 시간들을 빼면 10여년 밖에 남지를 않는다. 그나마 그 짧은 동안에도 자기가 죽은 다음의 명예까지 걱정해야 한다니 인생처럼 고달픈 것도 없다. 전국시대 양주의 넋두리다.
그 짧은 동안이나마 제법 슬기롭게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자에는 {나이가 50이 되어서야 겨우 지난 49년 동안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상만사는 모두 변한다. 오늘의 진리가 내일의 허위일 수도 있고, 오늘의 부정이 내일 정의로 둔갑하는 수도 있다. 그런 속에서 올바른 삶의 길을 지켜 나간다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박쥐가 땅에 떨어져서 족제비에 붙잡혔다. 살려달라고 박쥐가 애원하자 족제비는 [새들은 우리의 적이니까 너를 살려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쥐는 [나는 새가 아니라 쥐입니다]면서 간신히 그 자리를 모면했다. 그러지 얼마 후에 또 다시 땅에 떨어져서 다른 족제비에게 붙잡혔다. 그 족제비는 [나는 쥐를 제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잡아먹으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는 쥐가 아니라 새입니다]고 우겨서 살아났다.
그러나 이솝은 이와 정반대 되는 얘기도 들려주고 있다.
새들과 짐승들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새들이 박쥐에 자기 네편을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박쥐는 잘못 편들다 혹시 낭패 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새가 아니라 짐승이다]라면서 편들기를 거절했다. 이번에는 짐승들이 자기네 편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는 새이다]라고 발뺌을 했다. 다행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새들과 짐승들은 제각기 평화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리기로 했다. 박쥐는 두 곳에서 모두 박대를 받았다.
사람이 명예며 체면이며 책임이며 긍지며 양심 따위를 내버리고 그냥 살아남기로 마음먹는다면 산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영악한 사람은 바람 따라 잘 나부끼기도 한다. 한해가 또 저물어간다. 마치 치사스럽고, 추악하고, 뻔뻔스런 인간들만으로 엮어진 것 같은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