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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예화/일반 예화

인간의 유전자는 신의 영역

인간의 유전자는 신의 영역
활용기술 특허 허용여부 싸고 종교계와 업계 치열한 공방

인간의 유전자는 5만개가 넘는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서로 빨리 밝혀내려고 분초를 다투고 있다. 그 뒤에는 생물공학 업체들이 바짝 따라붙는다. 그들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유전자를 발표하기가 무섭게 그것을 이용한 상품 특허를 따내려고 안간힘이다.
미 특허청은 유전공학 제품에 대한 특허를 81년 이래 1만1천8백15건이나 승인했다. 인간의 유전자 수는 방대하긴 하지만 무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손자를 볼 때쯤이면 인간의 모든 유전자들은 낱낱이 그 실체가 밝혀져 장사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상품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생명이 비록 유전자 형태이긴 하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특허화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카톨릭에서 불교에 이르기가지 미국의 모든 주요 종교를 대표하는 1백87명의 성직자들은 워싱턴에서 회합을 갖고 그 질문에 대해 「아니다」고 보기 드물게 한 목소리를 냈다. 『인간과동물은 창조주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특허권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인간 유전자의 상품화에 대한 논쟁은 갈릴레오의 경우처럼 단순히 종교와 과학의 충돌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것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생명공학으 미래를 담보로 할 뿐 아니라 관련 기업에도 수십억 달러가 걸려 있는 한판의 큰 도박이기 때문이다. 금년 초 앰젠사는 유전자를 이용한 비만억제 약품 개발을 위해 록펠러대에 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물론 그것을 시판하기까지는 그 10배에 달하는 경비가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판매 수익은 그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유전공학 상품 특허에 대한 시비는 언제나 도덕적인 갈등을 낳게 마련이다. 종교인들은 아무리 유전자라고 해도 인간의 생명은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상품으로 매매돼서는 절대 안 되며 유전공학으로 태어난 동물에 대해서도 개발자가 특허권을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의 생각은 전혀 딴판이다. 그들은 사회적인 효용성을 근거로 유전공학 제품의 상품화가 불가피하고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허권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반된 주장의 배경에는 각각 그럴만한 법적.문화적 근거가 있다. 우선 미국에는 인간의 장기에 대한 매매 행위는 수요가 있긴 하지만 법으로 금지돼 있다. 윤리학자 제임스 넬슨은 『인간의 장기는 인간의 생명 그 자체와 다름없기 때문에 매매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문화』라고 말한다. 그는 유전자도 인간의 장기와 마찬가지로 보호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반면 미국은 실용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법도 융통성 있게 해석될 수 있다. 지난 80년 대법원은 유전공학으로 개발된 원유 유출을 정화하는 유기물에 대해 특허권을 인정했다. 그 이후 당국은 인간의 유전자를 활용한 상품에 대해서도 바로 그 판례를 적용해 특허를 내주고 있다. 그 가운데는 심장마비 환자의 응혈을 해소할 수 있는 제넨테크사의 유전공학 약품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유전공학의 영역은 무엇이고 그 한계를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앞으로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현행법으로는 그것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 또 업계는 사회적인 효용성을 내세워 인간 유전자의 상품화에 박차를 가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신과 자연의 섭리에 맡겨둬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인간이 손댈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