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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마당/목회 칼럼

세 뱃 돈

세 뱃 돈

 

 

며칠전부터 다솔이가 엄마 아빠에게 계속 무엇인가를 물어봅니다. “아빠! 결혼 기념일이 언제예요? 제가 그날 케잌 사드릴께요. 엄마 생일 은 언제예요? 엄마가 받고 싶은 선물이 뭐예요?” 거의 매일 한번 씩 묻습니다. 이번 설날 세배를 해서 세뱃돈으로 아빠 엄마에게 선물을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고맙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작년 까지만해도 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던 아이가 이제 돈만 있으면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것 까지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저희 부부는 게속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설날, 아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세배를 합니다. 작년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올해는 이녀석이 돈을 벌려고 세배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괘씸한 생각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배가 끝난 후 작년 까지는 세배해서 받은 돈을 아빠에게 상납 하더니만 올해는 자기가 챙기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한번 네가 모아 보아라.” 아깝지만 허락을 했습니다. 설날 오후 제가 다솔이에게 중간 결산을 하자고 했습니다. 고모, 고모부, 외가집, 종횡무진 달려가서 모은 세뱃돈이 75.000원 정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는 큰 돈이니 엄마 아빠에게 맡기라고 해도 이녀석은 막무가내 입니다. 자기 손으로 엄마 아빠의 선물을 꼭 사겠다는 것입니다. 어제 외가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돈을 넣었던 지갑이 없어진 것입니다. 온 집안을 이잡듯이 다 뒤져도 지갑은 보이질 않습니다. 수시간후, 제엄마가 다시한번 물어 봅니다. “다솔아!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 봐, 어디에 두었니?” 라고 묻는 순간 이녀석이 바깥으로 급하게 달려 나갑니다. 조금전 동네 형들하고 노느라고 그 지갑을 어느 자동차 위에 놓았다는 것입니다. 급하게 달려 나갔지만 그 지갑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그것봐라! 엄마 아빠에게 맡겼으면 잃어 버리지 않을 것 아니야!”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점점 풀이 죽어 갔습니다. 사실은 이번 세뱃돈중의 십일조를 다솔이 손을 통해서 드리게 하고 싶었는데하는 아쉬움이 제일 컸습니다. 그날 오후 늦게 우리 장로님과 집사님 내외분이 오셨습니다. 오셔서 그 사연을 듣더니 억지로 아이들에게 돈을 주시고 가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시면 안된다고 해도 넣어 주시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가시고 난 후 아이들이 주신돈을 갖고 제 방으로 옵니다. “아빠! 여기 있어요. 아빠가 맡아 주세요.” 순간 저는 아이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어렵게 모아놓은 돈이라 할지라도 아빠에게 맡기지 않으면 한꺼번에 다 잃어버리게 돼. 알겠니?” “조금은 얼굴이 밝아진 것 같습니다. 그날밤 잠을 자려 하는데 이녀석이 또 묻습니다. “아빠! 결혼기념일날 무슨 선물 사드릴까요?” “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선물을 사냐? 가서 잠이나 자라” “아빠는, 기도하면 되잖아요!” 큰소리로 자기 심정을 그대로 내 뱉습니다. 아이의 그 한마디가 굳었던 엄마 아빠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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