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3:1-20
찬송가 529장 ‘온유한 주님의 음성’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열두 살 시절의 사건과 세례받으신 사건 사이의 세례자 요한에 관한 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빈 들에서(1-2절)
1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그 동생 빌립이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으로, 루사니아가 아빌레네의 분봉 왕으로, 2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빈 들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
주전 31년에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와 클레오파트라(Cleopatra VII) 연합군을 악티움(Actium) 해전에서 물리친 옥타비아누스(Octavianus Gaius Julius caesar)는 4년 후 ‘존엄자’를 뜻하는 아우구스투스(Augustus) 칭호를 받아 로마의 공화정 체제를 종식시키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 시대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였습니다. 누가복음 2장 1절에 천하에 호적령을 내렸던 왕이 바로 이 사람이며 누가는 가이사 아구스도(Augustus caesar)로 기록하였습니다. 아구스도를 이어 로마의 황제가 된 사람은 그의 아들 디베리우스(Tiberius Caesar Augustus)인데 본문 1절의 디베료 황제입니다. 로마 황제 디베료가 통치한 지 15년이 지났을 때에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과 그 인근 지역은 로마에서 파견한 총독 또는 로마에 의해 허락된 왕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 헤롯 빌립 2세(Herod Philip Ⅱ), 루사니아(Lysanias)가 분봉 왕으로, 그리고 본디오 빌라도가 총독으로 본문 1절에 언급된 각 지역을 관할하였습니다. 누가는 당시 역사적 배경을 밝힘으로써 세례자 요한이 역사적 인물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종교지도자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를 언급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직계가 아니며 인척 관계였습니다. 이 당시 대제사장은 세습의 구약법을 따르지 않았고 정치 권력자에 의해 임면(任免)되었기에, 면직되었지만 유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대제사장과 새로 임명(任命)된 대제사장이 공존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요한에게 임하였습니다. 요한이 있었던 장소가 ‘빈 들’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임한 장소가 성전이나 기도 처소가 아니라 빈 들이었습니다. 요한이 빈 들에서 훈련받았고 빈 들에서 주님의 길을 준비하였고 빈 들에서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훈련의 장소인 ‘빈 들’을 거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으로 부르심을 받아 출애굽한 후 광야를 거쳤던 것과 같습니다. 우리 각자에게도 광야와 빈 들의 과정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광야와 빈 들로 인도하실 때에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빈 들의 과정을 거쳐야지만 자기를 부인하고 낮아져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게 됩니다. 빈 들의 과정을 거친 요한이 본격적으로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3-6절)
3 요한이 요단 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요한은 빈 들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요단 강으로 사역지를 이동하였습니다. 요한의 사역 중 하나는 ‘죄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는 것이었습니다. 세례를 전파했다 함은 세례를 베풀었음을 의미합니다.
4 선지자 이사야의 책에 쓴 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5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6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
요한이 회개의 세례를 전파한 것은 과거 가브리엘 천사가 사가랴에게 요한의 출생을 예고할 때 요한이 앞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할 것”(눅1:16)이라는 예언의 성취이지만 가브리엘 천사의 예언보다 약 700여 년 전에 이사야 선지자를 통한 예언의 성취입니다.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게 하는 것이 요한의 사명이었지만 오늘날 우리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게 한다는 것은 우리가 주님의 통로가 되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7-14절)
7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아오는 무리에게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일러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요한이 행한 회개의 세례 전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한은 부드러운 말로 회개의 세례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세례를 받으러 나아오는 무리에게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독설을 뱉었습니다. 회개하지 않는 자들은 장차 임할 진노를 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누가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비단 위선적인 종교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부류의 사람들 역시 회개해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죄악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에 대해서 무감각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요한의 독설이 이어집니다.
8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 9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지만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의 안일하면서도 위험한 사고(思考)는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 택함을 받은 백성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요한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 땅에 떨어져 있는 돌들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헛된 자만심을 버리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는 것입니다. 열매 맺지 않는 나무는 찍혀 불에 던져질 것이라고 합니다. 혹여나 우리가 신앙의 내력이나 교회 직분 등으로 잘못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요한의 외침처럼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회개의 합당한 열매 맺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10 무리가 물어 이르되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11 대답하여 이르되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하고 12 세리들도 세례를 받고자 하여 와서 이르되 선생이여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13 이르되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 하고 14 군인들도 물어 이르되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이르되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 하니라
회개의 합당한 열매에 대한 요한의 답변입니다. 첫 번째, 무리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결핍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어 주라는 것입니다. 회개의 합당한 열매는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웃을 보면 자신의 가진 것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쓸데없는 자존심만 있었지 아브라함의 자손에 걸맞는 나눔의 실천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세리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자신이 가진 직업의 특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세 번째 군인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도 있습니다. 세리는 당시 사람들에게 임의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더 거둔 세금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군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기를 가지고 사람을 위협하여 사람들의 물건을 강탈하였으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거짓으로 고발하였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직업의 특권으로 사람을 착취하거나 불의를 행하는 사람이 그와 같은 행동을 중지하는 것이 회개의 합당한 열매입니다. 또한 요한은 군인들에게 받는 봉급에 만족하며 살 것을 말했습니다. 대개 봉급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잘못된 생각에 빠지면 자신의 직업적 특권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이익을 얻습니다. 적은 봉급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요한은 자족하며 살 것을 권고하며 그것이 바로 회개의 합당한 열매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진노를 일으키는 행동은 자신의 형편에 만족하지 못할 때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처한 형편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의 형편을 아시므로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불평하지 않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힘이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원하십니다.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15-17절)
15 백성들이 바라고 기다리므로 모든 사람들이 요한을 혹 그리스도신가 심중에 생각하니
요한의 거침없는 답변에 사람들은 요한이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요한이 이를 알고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알려주었습니다.
16 요한이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물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풀거니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시나니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 17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메시아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많으신 분이심을 알려주었습니다. 요한은 메시아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비천한 존재임을 밝혔습니다. 신발 끈을 푸는 일은 당시 노예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요한은 예수님의 노예조차도 될 자격이 없는 비천한 존재임을 밝힘으로써 예수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요한은 눈에 보이는 물로 세례를 베풀지만 예수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심판주가 되시므로 마치 타작마당에서 알곡과 쭉정이를 분리하듯이 의인과 악인을 구별하여 심판하시는 능력이 많으신 분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18 또 그밖에 여러 가지로 권하여 백성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였으나
요한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 맺는 일을 알려준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사람에게 권하였습니다. 여러 가지란 메시아가 곧 오실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백성에게 좋은 소식이란 죄의 권세에 빠진 사람이 흑암에서 메시아의 구원의 빛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요한은 구원자이신 주님의 길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런데 요한이 외쳤던 하나님의 공의에 분노한 권력자가 있었습니다.
옥에 가두니라(19-20절)
19 분봉 왕 헤롯은 그의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과 또 자기가 행한 모든 악한 일로 말미암아 요한에게 책망을 받고 20 그 위에 한 가지 악을 더하여 요한을 옥에 가두니라
‘분봉 왕 헤롯’은 1절에 언급된 헤롯으로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를 가리키고 ‘그의 동생’은 1절에 언급된 빌립이 아닌 다른 이복동생 헤롯 빌립 1세를 가리킵니다. 헤롯 빌립 1세가 또 다른 이복형제 아리스토불루스(Aristobulus)의 딸인 헤로디아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헤롯 안티파스가 이복동생 헤롯 빌립 1세의 아내 헤로디아를 자신의 아내로 취했습니다. 당시 헤롯 빌립 1세는 힘이 없었고 헤롯 안티파스는 분봉 왕이었기에 권력으로 헤로디아를 빼앗은 셈입니다. 요한이 이러한 일을 보고 부도덕한 헤롯 안티파스를 책망하였습니다. 이에 분노한 헤롯은 요한을 옥에 가두었습니다. 요한이 투옥된 시점은 예수님께 세례를 준 이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투옥된 요한은 나중에 목베임을 당하지만 요한의 사역,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역은 투옥됨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구약시대의 마지막 선지자였던 요한은 신약시대를 여는 메시아가 오실 길을 준비하고 예수님께 세례를 베푼 사람이었습니다. 요한은 태어나기 전부터 소명을 받았고 태어나서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비록 권력자의 칼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요한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하였습니다. 주님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낮춘 그는, 주님이 가실 십자가의 길을 미리 걸어갔던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빈 들에서, 요단 강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외치다가 투옥되기까지 주님의 귀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먼저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할 사람에게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볼 수 있도록 오늘 하루 주님의 귀한 통로로 살아가십시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사가랴의 아들 요한을 통해 주님의 길을 준비하게 하실 때에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게 하시고, 주님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구원을 보장받았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결핍한 사람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며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이용한 사리사욕을 버림으로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게 하시옵소서. 요한의 외침으로 죄에 빠진 사람들이 주님께 갈 수 있도록 요한을 부르시고 요한을 통로로 삼아주셨음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 주님의 통로로 살아가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위한 질문
1. 세례자 요한이 외쳤던 ‘독사의 자식들아’는 당시 일상 용어로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었고, 오늘날 용어로 바꿔본다면 더더욱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에 해당합니다. 요한의 독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2. 직업의 특권이나 직책으로 편취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혹시 그런 일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개입된 적은 없습니까?
3. 요한이 말하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무엇입니까?
4. 주님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요한의 말과 그의 사역을 볼 때에 자기 부인, 낮아짐, 자기 십자가의 사명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능하신 주님에 대한 나의 고백을 말해 봅시다.
5. 요한이 초림의 주님의 길을 준비하였다면, 주님의 재림 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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