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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설교/손세용목사

우리 인생의 바닥 짐

우리 인생의 바닥 짐
 
목회 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누군들 편안하기만 한 개인이나 가정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정 가정을 찾아가예배드리며 기도제목을 나누다 보면, 나름대로 어려운 사정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육체적인 질병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간의 갈등이나 직장의 문제, 혹은 자녀의 진학이나 결혼 문제 등 누구나 예외 없이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세상에서, 그분의 사랑을 받는 천국의 백성들에게도 이런 아픔이 있어야 하나? 품성이 온전히 선하지만도 못한 인간인 목사의 마음에도 고통 속에 신음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저들의 고통을 대신할 길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나는데, 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의 고통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계실까? 고통의 원인 가운데는, 자기 스스로 잘못으로 인한 결과로서의 고통도 있고, 장차 이루어질 선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고통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그 무슨 논리로도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로서의 고통도 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으로 가장 괴로워했던 인물은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욥의 모년(暮年)에는 모든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당한 고난의 분명한 이유를 밝히 깨달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욥에게 계시하신 것은 당신의 초월성과 절대성을 나타내신 것이지, 욥의 고난의 이유에 대해 확연히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욥은 하나님의 현현(顯現) 앞에서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한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42:5-6)하며, 극심한 고통 중에 절대자이신 하나님 앞에 불경한 말들을 함부로 쏟아놓았던 것에 대하여 회개하였을 뿐이지, “, 그랬었군요하고 자기가 고민하던 고통의 이유에 대해서 이제야 알겠다는 고백을 하고 있진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와 의미를 우리가 획일적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어도, 성도의 고난은 믿음 안에서는 결국 선을 이룬다는 사실입니다.
위대한 선교사요 탐험가였던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선교사업에 성공하고, 뭇 사람으로부터 목회서한 그리스도의 향기 가득한 존경을 받으며, 한창 명성이 높아져 있을 때, 자기를 찬양하고 칭찬하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의 항로를 항해하는 우리의 배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배 밑에 있는 바닥짐 때문입니다.”‘바닥 짐이란, 선박의 전문 용어 로 영어로는밸러스트(ballast)’라고 하는데, 배가 전복(顚覆)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배 바닥에 채워 넣은 돌이나, 물 따위를 가리킵니다. 배가 가벼우면 험한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없기에, 짐을 다 부리고 나서 빈배로 항해할 때는 배 바닥에 바닷물을 집어넣어 배의 균형을 바로 잡아야 배가 뒤집히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리빙스턴은 이 이야기와 함께 집을 나가버린 방탕한 아들로 인한 남모르는 아픔이라는 바닥짐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있었기에 그는 더 기도해야 했고, 더 겸손해야 했고, 더 간절해야 했고, 더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뭇 사람이 치하하는 그 엄청난 역사를 이룰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도 원치 않는 무거운 짐으로 인해 고생할 때가 있습니다. “왜 내게 이렇게 무거운 짐이 주어졌는가?”하며 우리는 원망하며 불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것까지도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 고난과 그 역경이 없었더라면, 과연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믿음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우리를 좀더 겸손하고 좀더 경건하고 좀더 진실할 수 있도록 우리를 붙드신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렇고 보면, 우리에게 있는 고난이나 역경이라는 무거운 바닥 짐까지도 감사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우리 인생의 항해에서 좌초하거나 파선하지 않도록 우리가 믿음의 중심을 지켜 나갈 수 있게 한 하나님의 손길이기 때문입니다.
 
보라 하나님의 뜻대로 하게한 이 근심이 너희로 얼마나 간절하게 하며 얼마나 변명하게 하며 얼마나 분하게 하며 얼마나 두렵게 하며 얼마나 사모하게 하며 얼마나 열심 있게 하며 얼마나 벌하게 하였는가 너희가 저 일에 대하여 일절 너희 자신의 깨끗함을 나타내었느니라”(고후7:11).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질에 걸려 앓던 중 너무나 심한 고열(高熱)로 그만 뇌성소아마비에 걸려, 그는 듣고, 보고, 깨닫는 기능과, 내장기능 외에는 모든 기능이 마비되는 전신불구가 된 일본의 크리스천 시인인 미즈노 겐죠 (水野源三),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고 이런 시를 썼습니다.
 
만일 내가 괴롭지 않았더라면 /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을 // 만일 모든 형제자매들도 괴롭지 않았더라면 / 하나님의 사랑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을 // 만일 우리 주님이 괴롭지 않았더라면 / 하나님의 사랑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을
 
우리는 편안할 때보다 도리어 고난 중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때가 많습니다. 아직도 고난 중에 있는 우리 믿음의 가족들이 모두 믿음으로 승리하여, 현재의 고난을 더 깊은 사랑과, 더 큰 영광으로 승화하여 감사의 찬송과 승리의 개선가를 부르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