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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설교/손세용목사

절망과 두려움을 환호와 환희로

 오랜 날들 무덤 같은 잿빛 어두움을 가르고 메마르고 생기 없던 대지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죽은 듯 적막에 잠겼던 대지에 성령과도 같은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와 만물이 다시 살아납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찌 다시 살리이까”(14:14)라고 탄식했던 고난의 사람 욥의 호소처럼, 사망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 세상에 가장 무서운 폭군으로 그 횡포를 부리는데, 주님은 이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무덤을 가르고 다시 살아나신 것입니다. 실낙원(失樂園) 이후 죽음과도 같은 이 절망의 세계에 살던 우리를, 주님은 살리시려고 그렇게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이 부활 없이는 생명이 생명일 수 없고, 희망이 희망일 수 없었는데, 주님 다시 사심으로 우리는 하늘 생명 덧입게 되었고, 무궁한 소망으로 활짝 웃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새벽에 여자들이 향품을 예비해 가지고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가 예수님을 찾을 때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24:5)라는 천사들의 책망을 들었습니다. 우리도 또한 부활의 주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죽은 자들 가운데서, 죽음의 일들만 찾아 헤매고 있지는 않습니까? 한때 석가모니의 뼈가 발견되었다고 인도를 위시한 불교 나라에서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석가모니의 이 뼈들은 잘 진열되어 수백 만 인도 사람들의 경의 속에 시가행진을 했다고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뼈 앞에 부복한 것을 지켜보고 있던 한 선교사가 그의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저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뼈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었다면 기독교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그렇습니다. 기독교는 죽은 뼈의 종교가 아니라, 산 자의 종교입니다. 기독교의 2대 계절행사는 성탄절과 부활절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두 행사가 다 생명과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전자는 예수님의 탄생이요, 후자는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또한 이 두 계절은 태양력과 관계를 갖는데, 크리스마스는 밤의 길이가 제일 긴 동지가 지나고 서서히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때라면, 부활절은 춘분이 지나고 만월 후의 첫 주일입니다. 두 계절이 다 기쁨이 충만한 계절이므로 흰색으로 표시하는데, 흰색은 성령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성령이 가장 크게 역사하신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흙으로 빚어진 육신을 쓰시고 성육신하셨으며, 죽으셔서 흙 속에서 3일간 죽음의 터널을 통과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죽은 듯 고요하던 땅 속에서 적막을 깨고 파란 새싹이 솟아나오듯 영원한 생명으로 솟아나셨습니다. 그러기에 부활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계란을 상징합니다. 껍질은 무덤이요, 이를 깨치고 나오는 병아리는 새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강철왕으로서, 사회를 위해 많은 기부금을 쾌척한 은혜의 사람 앤드류 카네기는 1835년에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열세 살이 되 때에 빈곤을 피해서 이민을 떠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왔습니다. 그는 피츠버그의 전신전화국에서 전보 배달소년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철저히 하는 성격의 앤드류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자기 배달 구역의 중요한 사람들의 이름과 집 주소를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들의 전보가 종종 주소 없이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배달의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앤드류는 보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앤드류는 매 주일마다 임금을 받으면 그것을 부모님께드렸고, 그 돈은 가정의 살림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하루는 임금을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앤드류의 차례가 되었는데, 매니저가 봉급을 안주고 자기를 한 옆으로 밀어 제쳐 놓는 것이었습니다. 앤드류는 서서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소년들이 봉급을 받는 모습을 보며 생각하니, 자기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실수를 저질렀음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자, 앤드류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제 내가 해고를 당하면 엄마, 아버지의 어려운 살림 형편이 어떻게 될까?’그는 계속 겁이 나서 떨고 서 있었습니다. 드디어 임금을 다 나누어 준 매니저가 앤드류를 향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했습니다. “앤드류야, 너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배달원이다. 너는 언제나 다른 아이들보다 전보를 더욱 정확하고 실수 없이 잘 배달했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소년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너의 봉급을 매주 2달러 25센트씩 더 올려준다.”나중에 세계의 대부호로 큰 성공을 한 카네기는 말하기를 자기 평생에 그처럼 감격스럽고 기뻤던 때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앤드류는 어찌나 기뻤던지 더 받은 돈 2달러 25센트에 대하여 그날 저녁에는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고 그것을 혼자 움켜쥐고 잔 다음, 그 이튿날 아침에야 식탁에서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린 카네기가 주인에게 밀쳐져 서 한쪽에서 무서워 떨고 있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절망적이고 불행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절망은 곧 대환희, 대성공, 축복이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이시고, 무덤에 묻히셨을 때, 마리아는 예수의 십자가 앞에서 떨며 절망을 했습니다. 제자들은 목숨이 두려워서 문을 꼭꼭 잠그고 벌벌 떨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을 때, 저들은 용맹한 사자들과 같이 능력으로 충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죽음과 두려움, 실의와 낙심, 불신과 회의(懷疑)를 떨치고 영원한 생명을 향해 소망과 승리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2006년 부활절에 손세용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