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545장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뵈어도”
앞서 다섯 가지 제사(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에 관한 규례(1-7장)를 시작으로, 제사를 집례하는 제사장의 위임식에 관한 규례(8-10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진 오늘 본문은 정결법 중에서 음식에 관한 규례입니다.
먼저 말씀의 주체와 객체를 밝히는 것을 시작(1-2a)으로 포유류(2b-8), 어류(9-12), 조류(13-19), 곤충(20-23)에 이르기까지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합니다. 즉 어떤 것을 먹을 수 있는지, 어떤 것을 먹을 수 없는지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전하신 말씀(1-2a)
(1-2a)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대부분 모세를 통해 율법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해졌습니다. 직전 장인 10장에서 하나님은 처음으로 모세가 아닌 아론을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모세와 아론 두 사람 모두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민족의 지도자와 제사장을 모두 불러 말씀하셨다는 사실은, 이미 이어질 메시지의 중요성과 함께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이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짐승(육지)의 구분(2b-8)
(2b-3)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 모든 짐승 중 굽이 갈라져 쪽발이 되고 새김질하는 것은 너희가 먹되
먼저 하나님께서는 육지의 모든 짐승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시면서, 먹을 수 있는 짐승의 외형과 특징을 다음과 같이 밝히셨습니다.
굽이 갈라져 쪽발이고 한번 삼킨 음식을 다시 게워 내어 새김질하는 것. 곧 소와 양, 염소 등이 이에 속했습니다.
혹자는 굽이 갈라진 것을 가리켜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과 구별되어야 함을, 새김질하는 것을 놓고는 하나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하는 것을 교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나님께서는 어떤 이유로 이것을 기준 삼아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하셨는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혹자의 말이 아닌, 하나님은 그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먹지 말아야 할 짐승의 종류를 그 이유와 함께 설명합니다.
(4-6) 새김질하는 것이나 굽이 갈라진 짐승 중에도 너희가 먹지 못할 것은 이러하니 낙타는 새김질은 하되 굽이 갈라지지 아니하였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하고 사반도 새김질은 하되 굽이 갈라지지 아니하였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하고 토끼도 새김질은 하되 굽이 갈라지지 아니하였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하고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은 짐승으로 낙타와 사반(바위오소리, 바위너구리), 토끼를 소개하며, 이것들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부정하니 먹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간과하기 쉽지만,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표현입니다. 이는 바로 ‘너희에게’입니다.
하나님은 여기서 낙타와 사반, 토끼 이것들이 그 자체로 부정한 것이라고 절대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창조 때 하나님께서 그 자체로 부정한 것을 만드셨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너희에게’ 이것들은 지금 광야의 이스라엘 자손에게 부정한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새번역 성경은 조사 하나를 더해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번역 4) 새김질을 하거나 굽이 두 쪽으로 갈라졌더라도, 다음과 같은 것은 너희가 먹지 못한다. 낙타는 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는 부정한 것이다.
‘는’이라는 조사를 통해 그 의미를 더욱 선명히 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여기서 등장하는 부정한 짐승들이 창조 때부터 부정한 것으로 창조된 것이 아닌, 이스라엘 자손을 세워 주시는 율법의 관계에서 부정한 부류로 분류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과 언약을 세우시면서 그 동물들을 언약의 도구로 삼아 이스라엘 자손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갈 길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짐승들과는 다른 이유로 먹지 말아야 할 짐승을 소개합니다.
(7-8) 돼지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로되 새김질을 못하므로 너희에게 부정하니 너희는 이러한 고기를 먹지 말고 그 주검도 만지지 말라 이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하니라
돼지는 고대 근동 전 지역에서 식용으로 사육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지만, 새김질은 하지 못했기에 이스라엘 자손에게는 부정한 짐승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정한 짐승이라고 하시는 말씀이 누구에게 해당하는 말씀인지가 이제는 좀 더 선명하게 보이실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다른 종류도 살펴보게 되는데, 놀랍게도 하나님이 빠짐없이 이에 대해 거듭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다시 한번 이것은 부정하기에 먹지도, 주검도 만지지 말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하나님은 어류 중에서 그 특징(외형)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셨습니다.
어류의 구분(9-12)
(9) 물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너희가 먹을 만한 것은 이것이니 강과 바다와 다른 물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지느러미와 비늘 있는 것은 너희가 먹되
물에 사는 것 중에서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개역개정 성경에는 물을 강과 바다와 다른 물과 같이 세 종류로 구분되어 있으나, 원어 성경에는 이를 강과 바다 두 종류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개역개정(성경)에 ‘다른 물’로 번역되었으나 원어 성경에서는 강과 바다에 포함된 ‘그 모든 물’을 뜻합니다. 새번역 성경에는 물을 두 종류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새번역 9) 물에서 사는 모든 것 가운데서 지느러미가 있고 비늘이 있는 물고기는, 바다에서 사는 것이든지 강에서 사는 것이든지, 무엇이든지 너희가 먹을 수 있다.
이제 먹지 말아야 할 어류의 특징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10-12)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과 물에서 사는 모든 것 곧 강과 바다에 있는 것으로서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모든 것은 너희에게 가증한 것이라 이들은 너희에게 가증한 것이니 너희는 그 고기를 먹지 말고 그 주검을 가증히 여기라 수중 생물에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것은 너희가 혐오할 것이니라
강과 바다, 그 물에 살아 움직이는 것 중에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증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를 먹지 말고 그 주검도 가증하게 여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서 육지의 짐승 중에서는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하면서 부정한 종류에 속한 짐승의 이름을 밝히셨으나, 여기서는 그 이름을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에 어류 중 부정한 종류에 속한 것을 향해 ‘가증한(히)’라는 부정적 표현을 더 하셨습니다. 더하여 그 말미에는 ‘혐오할 것’이라고 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원어 성경에는 가증과 혐오가 모두 같은 용어인 שׁקצ(쉐케츠)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새번역 성경은 가증과 혐오의 구분 없이 ‘피해야 할 것’으로, 공동번역 성경은 이를 ‘더러운 것’으로 번역했습니다. 이처럼 가증, 혐오, 피해야 할 것, 더러운 것 등으로 번역될 수 있는 원어(שׁקצ)는 구약성경 전반에서 우상이나 우상숭배 등을 가리킬 때 사용되었던 용어였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통해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해진 음식에 관한 규례(정결법)가 언약의 도구로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되새겨 보게 됩니다.
세 번째로 조류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조류의 구분(13-19)
(13-19) 새 중에 너희가 가증히 여길 것은 이것이라 이것들이 가증한즉 먹지 말지니 곧 독수리와 솔개와 물수리와 말똥가리와 말똥가리 종류와 까마귀 종류와 타조와 타흐마스와 갈매기와 새매 종류와 올빼미와 가마우지와 부엉이와 흰 올빼미와 사다새와 너새와 황새와 백로 종류와 오디새와 박쥐니라
여기서는 정한 것에 대한 말씀 없이 곧장 정하지 못한 것, 곧 가증하게 여길 새들의 이름을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서 기억할 것 역시 모든 종류의 새들이 그 자체로 가증한 것 아니라, ‘너희가’ 곧 이스라엘 자손이 가증히 여겨야 할 것으로 말씀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곤충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곤충의 구분(13-19)
(20-23)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곤충은 너희가 혐오할 것이로되 다만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모든 곤충 중에 그 발에 뛰는 다리가 있어서 땅에서 뛰는 것은 너희가 먹을지니 곧 그 중에 메뚜기 종류와 베짱이 종류와 귀뚜라미 종류와 팥중이 종류는 너희가 먹으려니와 오직 날개가 있고 기어다니는 곤충은 다 너희가 혐오할 것이니라
곤충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의 특징(외형)을 설명하셨습니다. 날개가 있고 네발로 기는 곤충은 피해야 했고, 그 가운데 뛰는 다리가 있어 땅 위에서 뛰는 곤충 곧 메뚜기 종류와 베짱이 종류, 귀뚜라미 종류와 팥중이 종류는 먹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날개가 있고 기어 다니는 곤충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언약 백성, 이스라엘 자손에게 모세와 아론을 통해서 하나님께 전하신 음식에 관한 규례입니다. 사람들은 정한 것과 부정한 것,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그 근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둡니다. 그러나 본문은 이것이 누가 누구를 통해서 누구에게 전하고, 왜 이를 전하는지에 강조점이 있습니다.
1절에서 2절 상반 절을 한 번 더 살펴보겠습니다.
(1-2a)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
이스라엘 자손이 아닌, 다른 이방 민족들이 순종에 앞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이 말씀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약 백성인 이스라엘 자손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자칫 하나님이 아닌 우상숭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을 구주로 고백하는 우리에게 주신 음식에 관한 규례는 이것입니다.
(고전 8:13)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
(고전 10:31)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큰 계명, 이웃 사랑과 하나님 사랑에 근거한 말씀입니다.
진리의 말씀 앞에 ‘왜’라는 질문도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의 지적 신앙을 깊어지게 합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말씀을 그대로 받아 삶의 자리에서 순종으로 응답할 때, 우리는 그 답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 스스로 하나님의 백성임을 확증해 갔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하루, 긴 호흡의 기도와 깊은 호흡의 기도를 통해 진리의 말씀에 순종할 때, 우리는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일상의 기적, 곧 하나님께서 우리의 주님 되심을 선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음식에 관한 규정을 이 새벽에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기보다는 무심코 간과했던 부분이 있지는 않았었는지를 돌아보며, 모세와 아론을 통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신 음식에 관한 규례가 어떠한 의미였는지를 깨닫게 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또한 복음에 빚진 언약 백성임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에게 주신 음식에 관례 규례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오늘 하루 긴 그리고 깊은 호흡의 기도 가운데, 삶의 자리에서 말씀에 순종함으로 이웃을 살리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약속의 백성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은혜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 두 사람에게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2. 이스라엘 자손에게 음식에 관한 규례를 전하시는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3. 부정한 짐승이 아닌, 이스라엘 자손에게 부정한 짐승의 목록을 정리해 보시겠습니까?
4. 오늘 우리가 지켜야 할 음식에 관한 규례에 대해 헤아려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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