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사스러운 일이며, 산모를 비롯하여 모두가 기뻐하고 반가워할 일입니다. 시편127편 3절을 보아도 자식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저에게도 아내의 임신과 출산 모두 평생 잊을 수 없는 경이로운 순간이며, 하나님께 무한감사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일입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출산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성경의 모든 내용들이 긍정적이고 성스러워야 할 것만 같은데 오늘의 본문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있습니다. 출산한 여인을 일정 기간 부정하다 하고, 자녀의 성별에 따라 부정한 기간에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든 본문이지만, 하나님께서 이러한 규례를 두신 목적이 무엇인지 말씀을 통해 살펴보기 원합니다.
출산 규례 (1-5)
(1-5)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여인이 임신하여 남자를 낳으면 그는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곧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할 것이며
여덟째 날에는 그 아이의 포피를 벨 것이요 그 여인은 아직도 삼십삼 일을 지내야 산혈이 깨끗하리니 정결하게 되는 기한이 차기 전에는 성물을 만지지도 말며 성소에 들어가지도 말 것이며 여자를 낳으면 그는 두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월경할 때와 같을 것이며 산혈이 깨끗하게 됨은 육십육 일을 지내야 하리라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아이를 낳은 여인에 대한 규례를 세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이 규례를 들은 모세도 우리의 생각과 같았다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이를 낳은 여인을 부정하다고 말씀하실 줄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이해하기 어려운 규례일지라도 여호와의 말씀이기에 그대로 준행해야 하며, 백성들에게 전하기까지 해야 합니다. 이 규례를 그대로 전하면 수많은 여인들에게 지탄을 받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자는 개인적인 감정과 판단을 뒤로하고,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있는 그대로의 말씀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2-5절을 보면, 출산한 여인에 대해 부정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출산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출산 자체가 여인을 부정하게 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기가 부정하거나 또는 출산 된 아기가 산모를 부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할 때 나오는 피와 유출물이 여인을 부정케 한다고 증거합니다. 12장 2절을 보면 여인이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할 것이라 말하고 있으며 4절, 5절, 7절을 보면 세 번씩이나 정결의 기한이 지나야 ‘산혈’이 깨끗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유출이 왜 사람을 부정하게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물론 성경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레위기 17장 11절을 보면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다고 증거합니다. 그렇기에 피를 유출했다는 것은 생명이 감소하는 것이므로 죽음을 상징하기에 부정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므로, 출산 자체는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요, 선물인 것은 맞으나 피의 유출로 인해 부정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남아를 낳았을 때와 여아를 낳았을 때의 부정한 기한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인이 남아를 낳았을 때에는 7일간 부정하며, 그 이후에도 산혈이 깨끗하게 되기까지 33일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에 총 40일간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여아를 낳았을 때에는 14일간 부정하며, 그 이후에도 산혈이 깨끗하게 되기까지 66일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에 총 80일간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여인은 이 기한 동안 외출을 삼가야 했으며 성물을 만지거나 성소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성경은 성별에 따른 부정한 기한을 달리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으나, 그 시대적 상황을 토대로 유추해볼 수는 있습니다. 그중 설득력 있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고대에서는 아들을 낳았을 때보다 딸을 출산했을 때 산혈의 유출이 더 오래 지속되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기에 딸을 낳았을 때 부정한 기한을 두배로 잡았다는 것입니다. 만일 모세가 이를 고려하여 두 배로 잡았다면 신빙성이 있을지 모르나, 이 말씀을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직접 하셨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견해로는 고대 이스라엘 당시 아들을 선호하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딸을 낳은 산모와 아기가 자칫 홀대를 받을 수 있기에 격리 기간을 더 오래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그럴듯한 설명일 수 있으나 성경이 직접 말하고 있지는 않기에 참고만 하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여아를 낳았을 때 부정한 기한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여자를 차별하시거나 더 열등한 존재로 여기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정결하게 되는 기한이 찼을 때 드려지는 예물의 규정이 동일했던 것으로 보아 기한의 차이는 결코 성차별로 이해해서는 안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산한 여인에 대한 규례를 긍정적인 관점으로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부정으로 인한 격리 기간을 둔다는 표현 자체는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으나 출산을 경험한 산모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산모를 위한 율법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모는 공식적으로 주어진 이 기간 동안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게 되고, 정해진 기한 동안 해산으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받는 기간을 자연스레 확보하게 됩니다. 특히 여자 아이를 출산할 때 남자 아이보다 일주일 더 부정한 기간이 길다는 것은 산모가 일주일 더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합니다. 즉 오늘날 표현으로 출산휴가를 두 배 더 얻게 되는 셈입니다. 산모는 약 2시간마다 수유와 수면과 기상을 반복해야 하는데, 만일 산모에게 공식적인 쉼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산모와 아이의 건강 모두 보장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규정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사장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등 모든 사람이 잘 알아야 하고 또 실천해야 했습니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협력이 없으면 이 규정이 준수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규례는 제사장만의 지휘만 의존하기 보다는, 가족과 이웃 들이 자진하여 규정을 준수해 나가는 성숙된 신앙인의 모습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께서 주시는 모든 율법은 선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출산한 여인을 위한 규례도 산모가 부정하다는 것을 선포하기 위함이 아닌, 더욱 정결해지고 거룩해지는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며, 궁극적으로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6-8절을 통해 산모가 정결케 되는 의식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산모의 정결 의식 (6-8)
(6-8) 아들이나 딸이나 정결하게 되는 기한이 차면 그 여인은 번제를 위하여 일 년 된 어린 양을 가져가고 속죄제를 위하여 집비둘기 새끼나 산비둘기를 회막 문 제사장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것을 여호와 앞에 드려서 그 여인을 위하여 속죄할지니 그리하면 산혈이 깨끗하리라 이는 아들이나 딸을 생산한 여인에게 대한 규례니라 그 여인이 어린 양을 바치기에 힘이 미치지 못하면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가져다가 하나는 번제물로, 하나는 속죄제물로 삼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를 위하여 속죄할지니 그가 정결하리라
하나님께서는 아이를 낳은 여인이 산혈이 깨끗게 되는 기간이 되면 번제와 속죄제를 드릴 것을 명하셨습니다. 여기서 번제는 출산에 대한 감사와 헌신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 드린 제사로 산모의 가정 형편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어린 양이나 비둘기 중 하나를 택하여 여호와께 바쳐야 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바치는 제물의 값어치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헌신의 마음이었습니다.
산모는 번제에 이어 속죄제를 드려야 했습니다. 출산의 과정을 통해 유출을 겪었기에 부정의 문제를 제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속죄제는 가난한 자나 부자나 차별 없이 모두 같은 예물, 곧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새끼를 드려야 했습니다. 번제를 위한 감사의 예물은 경제적 여건의 문제이므로 빈부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속죄의 예물은 인간이 죄인이라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기에 죄사함을 위해 드리는 예물에 차별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7절을 보면, 제사장이 해산한 여인이 드린 정결 예물을 가지고 여호와께 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구약 시대에는 일반인이 성소에 들어가거나 직접 제물을 바칠 수가 없었기에, 오직 제사장을 통해서만 제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성도들이 오직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음을 예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8절을 보면, 산모의 형편이 어려워 어린 양을 바칠 능력이 되지 못하면, 속죄 제물은 바꿀 수 없지만 번제물은 어린 양 대신 산비둘기나 집비둘기로 대치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결코 외적 화려함이나 부요함에 따라 사람을 판단치 않으시고, 그 사람의 형편과 중심을 보고 판단하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출산에 대한 규례를 통해, 부정을 입은 인간이 정결케되는 방법을 제시하셨고, 그 과정 가운데 산모를 보호하시고 가난한 자를 배려하시는 마음까지 담아두셨습니다.
누가복음 2장 21-24절을 보면 이러한 과정을 이땅에 오신 예수님도 따르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할례할 팔 일이 되매 그 이름을 예수라 하니 곧 잉태하기 전에 천사가 일컬은 바러라 모세의 법대로 정결예식의 날이 차매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가니 이는 주의 율법에 쓴 바 첫 태에 처음 난 남자마다 주의 거룩한 자라 하리라 한 대로 아기를 주께 드리고 또 주의 율법에 말씀하신 대로 산비둘기 한 쌍이나 혹은 어린 집비둘기 둘로 제사하려 함이더라”
마리아도 출산에 대한 규례를 지키기 위해 아기 예수님을 낳은 뒤 팔 일 만에 할례를 행하였고, 총 40일간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기간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성전에 올라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정결 예식을 위해 산비둘기 한 쌍이나 혹은 어린 집비둘기 둘로 제사를 드렸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출산한 마리아도 정결 예식을 따랐고, 예수님도 율법대로 할례를 받으셨습니다. 율법의 제정자요, 율법의 주인이신 성자 하나님께서 율법 아래 나셨고, 율법의 요구에 충실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십자가 대속 사건을 통해 율법의 모든 요구를 이루셨고 우리를 율법의 요구에서 자유케 하셨습니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도 레위기를 통해 구약에서 말하는 거룩이 무엇인지를 깊이 알아갈 것이지만, 출산 규례를 포함한 수많은 율법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예표하며, 복음의 원리를 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구약을 통해 말씀하신 율법과 규례를 통해 그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거룩은 우리의 노력으로 얻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니다. 거룩은 오직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기억하며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고, 그 피만을 의지하는 오늘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 함께 나눈 출산 규례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율법의 의미를 살펴보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또한 생명의 권한이 인간에게 있지 않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께 있음을 알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부정하게 될 수밖에 없는 죄인이나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힘입어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아주심을 믿습니다. 이 놀라운 은총을 기억하여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쓰게 하여 주시고, 우리의 생명되신 주님앞에 긴 호흡의 기도로 나아가는 매일의 삶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출산한 여인이 부정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며 정결케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2.산모의 정결 기간이 어떤 점에서 산모에게 이롭다고 할 수 있나요?
3.율법이 알려주는 우리의 한계와 구원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4.이 땅에 오신 예수님도 출산 규례의 과정을 거치신 것을 떠올리며, 낮고 낮은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은혜를
묵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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