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0-31
찬송가 68장 ‘오 하나님 우리의 창조주시니’
오늘 말씀은 지난 본문에 이어 계속해서 천지 창조를 다룹니다. 특히 우리는 창조의 육일이 세 날씩 서로 짝을 이룬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첫째 날부터 셋째 날까지는 하나님께서 일종의 형식을 만드시고, 넷째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는 그 틀을 다양한 생물체로 채우시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둘째 날 창조하신 물과 궁창을 바다 짐승 및 새로 채우시는 다섯째 날 창조, 그리고 셋째 날 창조하신 땅을 짐승과 가축, 그리고 마침내 사람으로 채우시는 마지막 여섯째 날 창조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창조란 혼돈과 공허와 흑암을 없애시고 질서와 의미와 빛으로 바꾸시는 것을 뜻합니다. 또 생명 없음을 생명 있음으로 바꾸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에 질서와 의미와 빛을 부여해 주시고 참된 생명력을 더해 주시는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를 소원합니다.
다섯째 날 창조(20-23)
(20-21)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들은 생물을 번성하게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하나님이 큰 바다 짐승들과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은 계속해서 말씀으로 창조행위를 이어가십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다섯째 날 창조는 둘째 날 창조와 상응하여 물과 땅을 생물체로 채우시는 내용입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생물은 문자적으로 살아 있는 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원어로 보면 창세기 2장 7절에서 하나님이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고 할 때의 생령과 동일한 단어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생기를 불어넣으셨다는 점에서 사람과 다른 생물과 차이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인정하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진리는 다른 모든 생물체가 제한적이나마 하나님의 생명력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님이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모든 생물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하나님께서 그 존재를 인정하셨다는 분명한 진리를 전합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생물 중에 약 80 퍼센트가 해양에 있으며 우리가 아는 건 그중 고작 1 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얼마나 크고 무한한지 모릅니다. 우주의 크기에 비교하면 정말 작은 한 톨 먼지조차 되지 않을 지구에 살면서도 거기에 무엇이 하나님께 생명력을 받아 움직이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우주의 원리를 모두 깨달았다는 듯이 교만하고 다른 생물체는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듯이 생명을 우습게 여기고 착취하는 일을 당연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것들을 보고 좋았더라고 하십니다. 좋았더라에 해당하는 원어는 토브인데 내재적 가치가 우수하다 또는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다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생물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으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선하신 성품을 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선하신 성품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생명 주신 주님을 망각하지 않고, 주님의 지배 아래 머무르는 길입니다.
(22-23)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 새들도 땅에 번성하라 하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다섯째 날이니라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에게도 복을 주십니다. 28절 말씀에 나오겠지만 우리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복을 주시고 소위 문화명령이라는 사명을 주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하나님은 물과 하늘의 모든 생물에게 이미 복을 주시고 그들에게도 사명을 주십니다. 복을 주다라는 단어에는 무릎을 꿇다, 찬양하다 등의 뜻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유익한 능력을 부여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 모든 생물에게 풍부한 결실을 맺고, 그 수가 증가하며, 가득 채우도록 생명력을 나눠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생육하고 번성하며 충만한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 마지막 날 창조로 이어집니다.
여섯째 날 창조(24-31)
(24-25)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가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가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은 이제 땅에게 명령하셔서 생물을 종류대로 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복을 주셨다는 표현이나,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라는 명령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땅을 대표하는 생물, 즉 생령인 사람에게 주신 복이 땅의 생물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축, 기는 것,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고 분류하는데, 가축이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육하는 동물을 뜻하며 기는 것이란 파충류, 곤충 등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짐승은 그 외의 모든 땅 위의 생명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모든 생물 역시 종류대로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생물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생물체는 우리보다 먼저 존재한 것들이고 하나님이 그 각각을 인정하시고 좋았더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좋았다고 하신 것을 우리가 좋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교만하게 자연에 개입하여 자연을 개선하려고 시도하지만, 오히려 예측 못했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우리는 자연과 모든 생물을 겸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피치 못할 때는 겸손히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며 과연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옳은 것인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26-27)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이제 창조의 마지막이자 절정에 도달합니다. 이제까지는 물들과 하늘과 땅에게 생물을 내라고 하셨지만, 이제는 하나님이 직접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적극적인 의지와 개입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종류대로가 아니라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만들겠다고 하십니다. 이 형상과 모양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논의가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하나님과 닮았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형상과 모양은 비슷한 뜻으로 교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창세기 5장 3절을 보면 아담이 셋을 낳을 때, 자기의 모양 곧 자기의 형상과 같은 아들을 낳았다고 설명합니다. 즉 사람은 하나님의 종류대로 창조된 존재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닮듯이 사람은 하나님을 닮은 존재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닌 육체의 형태가 하나님과 닮았다는 뜻이 아니라 영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따르고 반영할 수 있음을 말씀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여기서 쓰인 사람이라는 단어는 원어로 보면 아담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담은 보통 명사로서 일반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고, 고유 명사로서 최초의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시고 지금까지 창조한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라고 하십니다. 즉 하나님은 사람을, 자신을 대신하여 다른 모든 피조물을 주관하는 섭정왕으로 삼으시기 원하신 것입니다. 이야말로 창조의 절정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자기 형상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는데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신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 무엇인지 그 뜻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형상이라는 단어로 외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실체를 뜻하신 것이라면 남자와 여자라고 하실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둘로 존재하는 대상을 어떻게 하나의 형상이나 모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그 둘이 하나가 되어 이루는 연합, 그리고 그 관계가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라고 스스로를 칭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원시적인 이해를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사람도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둘이 하나가 되고, 더 나아가 하나님과 연합하여 하나님과도 하나가 될 수 있는 특성을 반영하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즉 삼위일체 하나님이 서로 침투하시고, 서로 내재하시며, 서로를 양보하시며 하나 되는 존재이시듯이 우리 역시 서로에게 서로를 내어주어 관계에서 일치를 이루고, 더 나아가 하나님에게 우리를 내어 드림으로써 하나님과 연합하며 하나님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어 하나님을 닮는 것이 사람을 창조하신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형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에게 향하는 이기적인 욕구와 관심을 끊어내고 하나님께, 서로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자신을 더 내어주고 양보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준엄한 말씀입니다.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에 더하여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이 참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선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선하다고 하신, 타락 전의 세상을 말씀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고 아름다운 선한 피조세계는 불과 창세기 1장과 2장에서 끝나고 맙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하기 전까지 성경 내용 대부분은 타락한 사람이 타락한 세상에서 구원계획을 따라 길을 더듬어 나아가는 듯한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락한 사람이 타락한 세상을 대하게 되면서 정복하고 다스린다는 개념 자체가 처음의 선한 의도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을 타락한 방식으로 정복하고 다스렸으며, 자연은 그러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악한 것을 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복하라는 말씀은 다른 피조물을 대상화해서 짓밟고 사람의 이익에 따라 착취하고 훼손한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책임을 다하여 보살피고 관리하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첫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반드시 기억하고 비록 타락한 세상에 살아가며 우리 힘으로 다할 수는 없을지라도 하나님이 힘 주시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어 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바른 정복과 바른 다스림을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나 자신이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피조 세계를 잘 관리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지니고 하나님의 뜻을 본받아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29-31)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 또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있어 땅에 기는 모든 것에게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먹을 거리로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
모든 것이 처음인 이 미지의 세계에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먹을 것에 대한 지침도 주십니다. 사람에게는 모든 채소와 열매를 주시며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땅과 하늘의 생명체들에게는 풀을 먹을 거리로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특별히 모든 이라고 강조하심으로써 모든 것을 기꺼이 베풀어주시는 풍성하신 은혜를 재차 보여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끼시는 것이 없으십니다. 그리고 그대로 되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주신 명령에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먹을 거리를 주십니다. 풀과 채소와 나무 역시 하나님이 주신 생명력을 나눠 받은 것이기에, 우리는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받고 하나님으로 인해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먹을 거리까지 허락해 주시고나서야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며 심히 좋았더라고 하십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창조물을 통하여 영광 받으시고 특별히 자신의 형상을 지닌 사람과 교제하시며 기뻐하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오늘도 우리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알고 우리를 지으신 원작자의 마음에 부합하도록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며 정복하고 다스리는 우리 모두 되기를 소원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사람을 창조하시고 특별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 드립니다. 우리가 소유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우리에게 주신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고 정복하며 다스리라는 명령에 의거하여 하나님을 대리하는 존재로서 일상에서 책임을 다하며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물과 땅 위의 모든 생물을 종류대로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2. 하나님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드셨다고 하십니다. 그 놀라운 의미를 묵상해 보십시오.
3.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묵상하시고 나는 그러한 하나님의 의도대로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4.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위대한 명령(창 1:28)에 순종하기 위해 오늘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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