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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설교/김기석목사

돋는 해 아침 빛 같이

돋는 해 아침 빛 같이
삼하23:1-7
(2000/11/26)


터전이 흔들리는 시대

일본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간혹 화면 상단에 어느 지역의 지진 예보가 나오더군요. 그걸 보면서 '아 저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딛고 서있는 땅이 갑자기 흔들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찔하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지요? 요즘 민방위 훈련을 받으러 가면 지진 방재 훈련을 받는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저 심드렁히 '웬 지진?' 하고 웃어넘겼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다 선견지명이 있는 분들의 생각임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우리 사회를 보세요. 지진이 난 것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지 않아요?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신뢰의 터전이 무너지고 만 거지요. 사람들은 어디에 희망을 두고 살아야 할는지 알 수 없게 되었어요. 집단 이기주의가 도처에서 분출하고 있어요. 시편 기자는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할꼬!"(시11:3) 하고 탄식했는데 바로 지금이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돌보아야 할 의사들의 파업, 농가 부채 탕감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시위, 한전의 파업 위협, 구조 조정을 앞두고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반발, 정부와 정치권은 조정 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처럼 보여요. 도덕적인 해이도 심각한 상태예요. 제2금융권에서는 횡령 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부실기업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숫자의 공적 자금은 미래 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요. 어려운 시대일수록 감정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서로를 살리는 相生의 길을 모색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남을 이롭게 하려는 근본적인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할 텐데, 자기 소견과 입장을 관철하려고 음성을 높이다 보니 다들 감정이 너무 격해져 있어요. 이런 사태를 미리 예측한 것일까요? 지진 방재 훈련을 시킨 것 말이에요.

세상이 어려워질 때마다 사람들은 이런 난감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만한 지도자를 그리워해요. 하지만 그런 영웅적인 지도자들이 나오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게 변해버렸어요. 난마처럼 얽혀있는 세상 일에 모두가 만족할 해답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꿈조차 버릴 수는 없어요. 꿈조차 빼앗기고 나면 정말 우리는 무너질 테니까요?


다윗의 自序

오늘 본문은 다윗의 마지막 말입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갈 때가 된 것을 안 그는 이제 후손들을 위해 입을 엽니다. 그는 먼저 자기의 삶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높이 올리운 자, 야곱의 하나님에게 기름 부음 받은 자, 이스라엘의 노래 잘하는 자"

그는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위대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경외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지나온 날을 돌이켜 보면서 오늘의 자기가 있는 것은 다 하나님 덕분임을 그는 깨닫습니다. 그는 자신을 "높이 올리운 자"라고 자칭합니다. '올리웠다'는 피동사 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그는 또한 자기 삶의 목적은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데 있음을 망각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야곱의 하나님에게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표현이 그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삶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자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니 그 삶에 힘이 있었겠지요.

또한 그는 지극히 산문적인 현실에 몸담아 살면서도 시인의 감성을 잃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스라엘의 노래 잘하는 자!" 얼마나 멋집니까? 여기서 노래 잘하는 자는 시인을 말합니다. 시인은 영혼의 민감한 촉수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미세한 부분에 눈길을 줍니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하늘의 소리에 민감한 사람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것입니다. 다윗은 자신을 가리켜 하나님을 찬미하고 산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기 삶을 몇 마디 말로 요약해야 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경외함으로 다스림

이제 다윗이 하나님의 입을 빌어 자기의 통치를 두 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자화자찬의 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사람을 공의로 다스리는 자,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다스리는 자"

사람을 공의로 다스린다는 말은 구부러진 척도를 가지고 세상을 재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그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 하여 두둔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 우리 당 사람이라고 해서 죄를 덮어주고, 다른 당 사람이라고 해서 죄를 뒤집어 씌우지도 않아요. 부자라고 해서 편들고 가난하다고 하여 업신여기지도 않지요. 예쁘다고 해서 봐주고, 못생겼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 사람이나 어떤 일을 대할 때 자기 마음대로 척도를 바꾸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이게 참 어려워요. 그러면 누가 공의로 다스릴 수 있나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에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자기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인 것을 알아요. 또 자기가 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일임을 알아요. 이게 참 중요해요. 그러니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지 않겠어요? 물론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능력의 부족을 절감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믿음과 헌신의 마음이에요. 세상은 능력 있는 이들 때문에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많이 섬기려는 이들 때문에 아름다워져요. 마더 테레사는 능력이 많은 분이라기보다는 믿음의 사람이었고, 헌신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다 잠시 동안 그분의 일을 하다가 가는 겁니다." 다윗은 비유를 통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의 삶을 드러내고 있어요.


경외하는 이의 삶

저는 돋는 해 아침 빛 같고
구름 없는 아침 같고
비 후의 광선으로 땅에서 움이 돋는 새 풀 같으니라

동녘 하늘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참 장엄해 보입니다.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간 이들이 성산일출봉에 올라 해돋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무엇일까요? 마음을 비우고 日出을 바라보면 누구나 신비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박두진 선생님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하고 노래한 것이겠지요? 구름 없는 아침은 또 어때요? 늘 흐려있는 하늘만 보다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면 우리 영혼이 탁 트이는 것 같이 시원함을 느끼게 되지 않아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도자는 그런 존재라는 거예요. 그뿐이 아니지요. 그는 비 내린 땅에 움이 돋아나도록 하는 햇살과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어디 이런 지도자 없나요? 있다면 수입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축구 대표팀 감독은 외국에서 데려온다는데 말이에요. 우리 지도자라는 분들은 자리다툼에 여념이 없어요. 자기가 그 자리에 왜 있는 것인지를 도무지 모르는 것 같아요. 논어에 나오는 말이 있어요. '不患無位 患所以立'. 자리를 잃을까봐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 그 자리에 제대로 설 것인가를 걱정하라는 말이에요. 자격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겸손하게 나의 부족을 인정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세요. 다윗은 자기의 부족함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는 하나님이 자기와 맺은 언약을 이루실 것이라고 믿어요. 이 믿음이 그의 삶을 든든하고 아름답게 한 것 아닐까요?


견고한 희망

하나님이 나로 더불어 영원한 언약을 세우사 만사에 구비하고 견고케 하셨으니 나의 모든 구원과 나의 모든 소원을 어찌 이루지 아니하시랴.

"어찌 이루지 아니하시랴." 참으로 견고한 희망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우리 힘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하나님은 항상 우리보다 한 걸음 앞에서 우리를 이끌고 계세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어 모세를 원망할 때 모세는 하나님 앞에 가서 투덜거립니다. "어쩌면 좋지요, 하나님?" 이때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 뭔지 아세요? "여호와의 손이 짧아졌느냐 네가 이제 내 말이 네게 응하는 여부를 보리라."(민11:23) 희망은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이 맡기신 일은 하나님이 감당하십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기다리는 자에게 하나님은 응답하십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성품을 주시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해주셨어요. 하지만 그 땅을 다 비워놓고 주시겠다고 하신 것은 아니에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화와 기쁨을 약속하셨어요. 하지만 그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씨앗이에요. 그것을 땅에 심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정성껏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을이 되어도 빈손일 뿐일 겁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기 원하십니다. 지금은 비록 곤고하지만 하나님께 소망을 둔 사람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습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

발 밑이 흔들리는 것 같은 불안감이 우리 시대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지만 하나님에게 희망을 둔 사람은 낙심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사악한 자는 다 내어 버리울 가시나무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것은 다윗의 왕가에 반역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입니다만, 이 말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하늘의 경고음으로 들려옵니다. 지금 마음이 가시나무처럼 메마른 분이 계십니까? 자기를 지키기 위해 수없이 많은 가시를 만들어 다른 이들을 찌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다른 이들을 부드럽게 끌어안을 마음의 여백을 만드십시오.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우리 주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오고 계십니다. 주님은 돋는 해 아침 빛 같이, 구름 없는 아침 같이, 땅에서 돋아나는 새 풀 같이 오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영원히 바라보아야 할 분, 우리 삶의 안내자이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마음의 칼날들을 내려놓으십시오. 미워하던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십시오. 남의 짐을 대신 지기 위해 몸을 낮추십시오. 내 짐이 무거워 비틀거리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남의 짐을 대신 지려고 몸을 낮출 때 우리는 생의 짐이 가벼워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용납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용서하십시오. 신뢰의 터전이 무너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사랑과 이해와 용서를 힘써 구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책임입니다. 우리가 그런 삶을 위해 헌신할 때 주님은 우리를 든든한 반석 위에 세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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