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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행하여 기념하라-고전 11:23~29 (세계성찬주일)

이것을 행하여 기념하라-고전 11:23~29 (세계성찬주일)

이탈리아 작가 지오반니 파피니 (Giovanni Papini)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였습니다. 어느 날 무서운 병에 걸렸습니다. 소식을 들은 사람이 믿음이 독실한 그의 어머니에게 인육(人肉)을 먹여보라고 일렀습니다. 인육을 구하기가 어디 쉽습니까? 어머니는 궁리 끝에 칼로 자기 허벅지 살을 잘라 요리하여 아들에게 먹였습니다. 그 요리를 먹어서 그랬는지 아들의 병은 차츰 낫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지난번에 먹었던 고기를 또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 몰래 자기의 살을 베려다가 그만 동맥을 잘라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이러한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지난번에 먹은 고기도 어머니의 살이었군요!” 어머니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나는 죄 많은 몸으로 너를 구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죄 없으신 몸으로 우리를 위해 살을 찢기시고 피 흘리셨다. 그러니 너도 반드시 예수를 믿어야 한다.” 그 후 지오반니 파파니는 예수를 믿고 그리스도의 이야기’, ‘떡과 포도주 라는 책을 저술하고 복음을 전파하며 살았습니다. 자기를 내어주는 희생, 자기가 손해 보는 아픔, 자기의 관계가 찢겨져 나가는 고통이 없다면 어찌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성찬의 의미를 깨달을 수가 있겠습니까?

예수께서 잡히시기 전 날 밤,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행하였습니다. 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해방된 것을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강팍한 바로를 향해 하나님은 열 가지 재앙으로 치셨습니다. 마지막 재앙은 애굽의 장자와 가축의 첫 새끼가 죽는 재앙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집은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게 하시어 죽음의 사자가 넘어가게 하는 구원을 베푸셨습니다. 이것을 유월절(逾越節, passover)이라고 말합니다. 그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의 구원을 기억하면서 어린 양을 잡고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떡을 먹으며 이를 기념하였습니다.  여기의 기념은 아남네시스라는 원어인데 회상과 기억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한 사건을 하나님 앞에서 기억하고 재현함으로 지금 여기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찬을 통해 2천여 년 전에 인류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셔서 몸을 찢으시고 피 흘리신 주를 기억하여야 하고, 그 희생이 지금의 나를 구원하는 현재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그리고 영원한 나라에서 주와 함께 나눌 잔치를 기다리는 미래적인 기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본문은 바울이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성찬의 참된 의미를 가르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고린도 교회는 매 주일 모여 성찬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에 사랑이 없었습니다. 다른 형제를 배려할 줄 몰랐습니다. 서로 나뉘어 다투고, 비방하고, 소송하고, 형제를 실족케 하고 있었습니다. 성찬을 행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원망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는 주님의 성찬을 모독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러므로 성찬을 행하는 것은 단순히 주님의 구속 사역을 기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찬으로 말미암아 주님의 몸과 피에 참예함으로 하나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유월절 밤에 예수께서 성찬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의미는 과연 무엇입니까? 성찬을 어떻게 행하라는 것입니까?
 

첫째로 감사로 행하라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아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성 시온 흑인 교회에서 성찬과 세족식(洗足式)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세족 대상자는 마르타 포트윈’(Martha Fortuin)이라는 늙은 흑인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올리버 웬들 홈스(Oliver Wendell Holmes) 판사의 집에서 평생 하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목사가 올리버 판사를 만나 마르타의 발을 씻겨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올리버는 대법원장 서리직을 수행하는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였습니다. 물론 백인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올리버 판사는 자신의 참여를 비밀로 할 것을 전제로 승낙하였습니다. 세족식이 거행되던 날 마르타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교회 구석에 앉아있던 올리버 판사가 등장하였습니다. 마르타도 교인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올리버 판사가 천천히 마르타의 발을 씻겨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흑인 교인들은 백인 판사 올리버가 흑인 하녀 마르타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발 씻기를 마친 올리버가 입을 열었습니다. “문득 예전에 마르타가 우리 아이들을 목욕시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르타는 우리 아이들 목욕을 다 시키고 난 다음에 예쁘다고 하면서 꼭 아이들 발에 입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고마운 마르타입니다. 지금 그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마르타의 양발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흑인 교인들이 흐느꼈습니다. 다음날 신문에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올리버 판사는 백인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판사직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올리버는 판사직도 대법원장직도 모두 잃었지만 흑인들의 가슴에 못박혀 있던 백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누그러뜨리고 백인들에게도 성찰의 기회를 줌으로 흑백갈등 해소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성 시온교회 목사가 올리버 판사를 위로하기 위하여 방문하였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판사직도, 사회의 다른 지위도 무덤에 갈 때는 먼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먼지보다 하나님이 주신 사랑으로 감사하며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본문 24절입니다.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며.” 여기의 기념하라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성찬을 행할 때마다 십자가의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여야 합니다. 성찬은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예수께서 희생하신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뜻있는 예식입니다.

우리는 성찬을 행할 때마다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여야 합니다. 주님은 떡과 포도주를 가지시고 축사하셨습니다. 이것은 감사의 기도를 의미합니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차려진 떡과 포도주에 하나님 임재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찬에 참여할 때마다 주님의 은혜를 향한 감사가 충만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찬을 행하여야 합니다.
 

 

둘째로 회개로 행하라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병원 원목으로 봉사하던 패트 노박(Pat Novak) 목사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해 여름, 병명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으로 입원한 어느 환자가 방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존이라는 60대 남자였는데 어떤 검사를 해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날로 쇠약해졌으며, 2주일 동안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의료진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원목을 찾게 되었습니다. 패트 목사는 존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하나님께서 특별한 일을 시키려 하심을 느꼈습니다. 존에게 성찬을 받고 싶은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패트 목사는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순간 존이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습니다. “성찬을 받을 수 없어요! 죄를 많이 지어서 안됩니다.” 그러자 패트 목사는 성찬을 통해 죄사함의 은혜가 임할 것을 알려주며 죄를 고백하기를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존은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존은 회개하면서 흐느꼈습니다. 패트 목사가 그를 껴안으며 죄 사함 받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성찬을 나누었습니다. 존은 떡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습니다. 그리고 포도주를 받아 마셨습니다. 그는 영혼과 육신이 자유로워졌습니다. 3일 만에 병원을 자기 발로 걸어서 나가는 치유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주께서 정해 놓으신 성찬이 나와 관계가 있으려면 자기를 살핀 후 회개하는 마음으로 성찬을 행하여야 합니다. 그때 죄 사함의 은혜가 임하게 될 것입니다.

본문 28절입니다.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여기의 살피고 도키마제토 인데 검사하다, 시험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신앙 상태를 살펴 점검하라는 의미입니다. 성찬에 참여하는 성도는 자기 성찰을 하여야 합니다. 자기 반성이 없다면 성찬은 거룩한 의식이 아니라 죄를 짓는 의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살피기 전에는 성찬에 참여하지 말라고 성경은 경고합니다. 성찬을 대하기 전 하나님 말씀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거리끼는 것이 있으면 회개하여야 합니다.

자신을 살피지 않고 성찬을 받으면 주의 몸을 합당하지 않게 받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찬을 받을 때마다 주님의 떡과 잔에 합당하게 살았는지 자신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를 위해 몸 버리시고 피 흘리신 은혜를 받은 자답게 살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세상과 짝하며 살지 않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화목하고 살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회개하여야 합니다. 회개로 성찬에 참여할 때 죄사함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전하며 행하라

18세기 프랑스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프랑스 의회는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주일은 사라졌고 성직자들은 숲속으로 추방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하나님을 사랑했던 교인들은 예배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전령꾼들이 교인의 집을 돌면서 오늘밤 자정이 넘은 후 동네 습지 공터에서 모이겠습니다라고 전합니다. 교인들은 인적이 끊긴 깊은 밤중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검은 옷을 입고 빛을 차단한 등잔을 들고 지정된 장소로 모였습니다. 그때 추방된 목사가 나타나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성찬을 행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실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언제 무장한 군인들이 달려들어 잡아 갈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담대하게 성찬에 임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육체는 죽임을 당할지라도 주님이 오실 때 다시 살려 주시리라고 믿었습니다. 이렇듯 성찬은 역사의 어둠속에서 계속 진행되어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전하여 왔습니다.

본문 26절입니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여기의 전하는 것이니라 카탕겔레테인데 선포하다, 전하다라는 뜻입니다. 성찬에 참여하는 행위는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주께서 다시 오시는 날까지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고 전하여야 합니다. 성찬에 참여할 때마다 십자가 앞에서 나 같은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죽으신 주를 선포하는 사명을 다져야 합니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들은 성찬을 행할 때마다 떡과 잔을 나누듯이 구원받지 못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성찬은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교회는 성찬을 행하면서 주께서 다시 오시는 마지막 날을 소망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죽으심이 나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믿고 성찬을 행할 때마다 구원의 복음을 전하기로 결단하여야 합니다.

한국 초대 교회 시절, 성찬을 못 받게 하는 수찬정지를 교회의 가장 큰 징벌로 여겼습니다. 교회 중직이 자녀를 불신자와 결혼시키면 일정 기간 수찬정지에 처했고, 장로가 주일을 3차례 이상 빠지면 일정 기간 수찬정지에 처했습니다. 따라서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가장 불행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반대로 성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복된 일이었습니다.

성찬은 먹고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주님이 행하신 일과 고난을 회상하면서 주님을 신앙의 모델로 삼아야 합니다. 주님의 희생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희생을 결정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찬은 삶의 목적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며 주님을 만나는 거룩한 예식이어야 합니다.  왜 예수께서 성찬을 행하여 기념하라고 하셨습니까? 주님에 대한 사랑이 식어짐을 막기 위함입니다. 성찬은 식어버린 사랑에 대해 반성하며 나 중심을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바꾸는 거룩한 예식입니다.

그러므로 성찬을 통해 나의 생각, 나의 성품, 나의 말, 나의 행동에 그리스도께서 살아계시도록 하여야 합니다. 성찬의 의미를 회복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찬을 행할 때 감사로 행하시기 바랍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행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의 죽으심을 전하는 마음으로 성찬에 참여하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