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588장 ‘공중 나는 새를 보라’
이스라엘의 절기를 증거하는 레위기 23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거룩한 삶을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지금까지는 거룩한 사람에 대해서, 거룩한 물건들에 대해서, 그리고 거룩한 장소와 연결하여 거룩한 삶을 논했다면, 이제는 거룩한 절기 혹은 거룩한 시간을 통해 거룩한 삶을 정의합니다. 시간과 절기는 거룩한 백성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절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주님의 백성의 연합과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십일을 계수하여(15-16절)
(15) 안식일 이튿날 곧 너희가 요제로 곡식단을 가져온 날부터 세어서 일곱 안식일의 수효를 채우고
가나안 땅에는 7대 소산물이 있었습니다. 2개의 곡식과 5개의 여름 과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2개의 곡식은 밀과 보리이고, 5개의 여름 과실은 포도, 무화과, 석류, 올리브, 그리고 대추야자입니다. 2개의 곡식(밀, 보리)은 이스라엘이 대대로 지켜야 하는 절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본문에서 '안식일 이튿날 곧 너희가 요제로 곡식단을 가져온 날'이란 앞서 살펴본 초실절을 의미합니다. 초실절에는 하나님께 흔들어 바칠 '곡물의 첫 이삭 한 단'을 제사장에게 가져와야 했습니다. 이 곡물은 '보리'입니다. 그리고 본문은 초실절에서부터 '일곱 안식일'이 지난 절기, 즉 추수한 '밀'을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인 칠칠절에 대해서 증거합니다.
초실절에 성전에 바친 첫 보릿단을 히브리어로 '오메르'라고 합니다. 이날부터 7주 후에 있는 칠칠절의 절기까지 매일 카운 다운에 들어가는 '운명의 7주간'이 시작됩니다. 가나안 땅의 농부들에게 '초실절부터 칠칠절 사이'의 7주간은 오늘날 대입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D-day를 향해 하루하루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7주간은 가나안 땅의 농부들에게 '오메르 계수(Omer Count)'로 불렸습니다.
초실절부터 칠칠절까지 노심초사하며 '오메르 계수'에 들어가는 7주 동안 이스라엘에서는 비구름을 동반한 '북서풍'과 사막의 '남동풍'이 교대로 불었습니다. 이맘때쯤 올리브 나무에 막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하기에 북성풍이 불면 그야말로 치명적이었습니다. 이 시기엔 뜨겁고 건조한 사막의 남동풍이 불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올리브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주변에 있는 암술과 만나 꽃을 활짝 피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포도, 석류, 대추야자 등 가나안 땅의 여름 과실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맘때 쯤에는 밀이 3분의 1 정도 익은 때 입니다. 이 기간에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야 전분이 가득한 밀 이삭으로 영글게 됩니다. 이때 만약 뜨거운 남동풍이 불면 밀 수확이 격감하게 됩니다.
이 기간동안 가나안 농부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날씨는 오메르 계수의 첫 주간에는 북서풍이 불고 나머지 6주간에는 남동풍이 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야 밀과 여름과실의 수확이 모두 풍년이 됩니다. 오메르 계수가 끝나는 칠칠절 즈음은 이스라엘에서 밀 추수기에 속합니다. 만약 밀 수확기인 칠칠절 즈음에 비구름이 동반한 북서풍이 분다면 한 해의 밀 농사는 완전히 망치게 되고, 그 해에는 수많은 사람이 굶게 될 것입니다. 이 7주 동안 가나안 땅의 농부들은 비구름의 북서풍과 사막의 남동풍의 오묘한 조화를 바라며 기도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16) 일곱 안식일 이튿날까지 합하여 오십 일을 계수하여 새 소제를 여호와께 드리되
하루하루 오메르 계수를 하여 49일째인 7주가 끝나면 질풍노도와 같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절기를 지키게 됩니다. ‘봄절기의 끝마침’이라고 하여 이를 히브리어로 '아쩨레트'(마침)라고 합니다. 초실절 후 50일째 되는 날에 치른다고 하여 이 절기를 '오순절'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절기는 밀 수확의 마무리를 상징하며, 보리 추수를 시작하여 밀 추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확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축복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절기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직 가나안 땅에 발을 내딛지도 않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리고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도 않은 그들에게 칠칠절(오순절)의 절기를 지킬 것을 명령하십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가나안 땅의 농작물은 7주간 부는 북서풍과 남동풍의 오묘한 조화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가나안 원주민은 풍요를 기리는 온갖 우상숭배로 가득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눈을 들어 이 땅에서 손에 쥐는 모든 열매는 하나님의 오묘한 조화 안에서 이룬 하나님의 선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칠칠절(오순절)을 거룩한 절기로 지킬 것을 명령하신 이유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면서 우리의 삶에 순풍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역풍도 맞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더 힘겨운 걸음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허락하신 순풍과 역풍이 하나님의 오묘하신 조화 속에서 우리의 삶에 믿음의 선한 열매를 맺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초실절부터 50일이 지난 칠칠절까지 하나님의 오묘한 조화를 바라며, 삶의 열매를 기대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 오묘하게 역사하시는 주님의 섭리를 눈을 들어 바라보는 우리 모두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호와께 드리는 것(17-20절)
(17) 너희의 처소에서 십분의 이 에바로 만든 떡 두 개를 가져다가 흔들지니 이는 고운 가루에 누룩을 넣어서 구운 것이요 이는 첫 요제로 여호와께 드리는 것이며
'너희의 처소에서'라고 한 것을 보면 이때는 이스라엘 자손이 각기 처소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흔들어서 하나님께 드릴 곡식을 각자의 처소에서 성소로 가져와야 했습니다. 수확한 곡식 단을 흔들어 드렸던 초실절과는 다르게 칠칠절(오순절)에는 수확한 밀가루 10분의 2에바(약 4.4리터)로 만든 빵 두 개를 여호와께 드려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누룩을 넣은 빵을 만드는 것은 칠칠절이 유일한 때입니다.
(18-20) 너희는 또 이 떡과 함께 일 년 된 흠 없는 어린 양 일곱 마리와 어린 수소 한 마리와 숫양 두 마리를 드리되 이것들을 그 소제와 그 전제제물과 함께 여호와께 드려서 번제로 삼을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며 또 숫염소 하나로 속죄제를 드리며 일 년 된 어린 숫양 두 마리를 화목제물로 드릴 것이요 제사장은 그 첫 이삭의 떡과 함께 그 두 마리 어린 양을 여호와 앞에 흔들어서 요제를 삼을 것이요 이것들은 여호와께 드리는 성물이니 제사장에게 돌릴 것이며
칠칠절 역시 앞서 초실절처럼 추수한 곡식 뿐만 아니라 다른 제물들도 드렸습니다. 번제로는 흠 없는 어린 양 일곱 마리와 어린 수소 한 마리, 숫양 두 마리입니다. 속죄제로는 숫염소 한 마리이며, 화목제물로는 일 년 된 어린 숫양 두 마리입니다. 화목제물로 드린 일 년 된 어린 숫양 두 마리는 앞서 추수한 밀가루로 만든 빵과 함께 흔들어 바쳐야 합니다. 이처럼 한 해의 가장 풍성한 추수를 기념하는 칠칠절은 뒤에 나오는 초막절을 제외하고는 가장 풍성한 제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입니다.
이는 이 땅에서 누리는 풍성함을 통해 하나님께서 풍성하신 분이심을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주셨을 때, 우리는 우리에게 허락하신 모든 것이 풍성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풍성함을 허락해 주셨다면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믿음의 고백도 중요합니다.
남겨두라(21-22절)
(21) 이 날에 너희는 너희 중에 성회를 공포하고 어떤 노동도 하지 말지니 이는 너희가 그 거주하는 각처에서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니라
'성회'란 거룩한 집회, 혹은 거룩한 외침, 거룩한 선포라는 의미입니다. '성회'는 23장에만 11번 사용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정해진 날, 즉 '시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지킬 것을 명령하십니다. 칠칠절은 동시에 안식일이었기에 어떤 노동도 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22)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추수는 하나님께서 복을 주셨다는 가장 확실한 표지였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든 추수를 마친 후에 하나님의 선하심에 날을 구별하여 감사의 절기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하나님께서는 그 감사를 이웃을 향한 사랑과 섬김으로 펼쳐갈 것을 명령하십니다. 진정한 감사의 표현은 너그러움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추수할 때 밭 모퉁이에 맺힌 곡식까지 다 거두지 말고 남겨두도록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는 다른 사람과의 바른 관계 속에서 반영됩니다.
(약 1:27)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
하나님 앞에서 바른 경건의 표지는 우리 주변의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칠칠절, 즉 진정으로 하나님의 풍성함에 감사하는 절기는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며 제사를 드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받은 은혜를 나누는 섬김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본문의 칠칠절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물질적인 풍요에 감사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이웃을 섬길 것을 명령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오순절(성령강림절)을 기념하며 물질적인 복만 아니라 우리에게 영적인 복, 성령의 모든 은사와 영적인 복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양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눈을 들어 주님께서 허락하신 삶의 자리에서 부르심에 신실하게 그리고 합당하게 살아가십시다. 주님 앞에 감사와 찬양의 삶을 살아갈 뿐만 아니라 섬김의 삶을 살아감으로 거룩한 감사의 하루 되시길 소망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오묘하신 일하심으로 말미암아 귀한 믿음의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서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 때 그 땅의 민족들처럼 헛된 우상을 따르는 것이 아닌, 오직 풍성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삶을 살아가도록 거룩한 절기를 허락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열매를 허락하시는 풍성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는 시간을 구별하여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살아가게 해 주옵소서. 오늘도 힘겨운 삶의 자리에 있는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고 섬김의 자리로 나아감으로 참 된 경건의 삶을 살아가게 하시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영적인 복을 소망하는 하루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께서는 왜 ‘날(시간)’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지키도록 절기에 대해 명령하셨는지 묵상해 보세요.
2. 현재 나의 삶에 맺은 하나님의 열매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열매를 맺히기까지 어떤 하나님의 오묘하신 역사가 있었는지 묵상해 보세요.
3. 하나님께서는 왜 곡식을 다 베지 말라고 말씀하셨으며, 그것이 감사의 절기인 칠칠절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4. 물질의 풍요를 넘어 영적이 풍요를 바라보며 오늘 구해야 할 성령의 은사는 무엇인지 묵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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