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435장 ‘나의 영원하신 기업’
애굽에서 양식 자루를 들고 가나안으로 돌아온 야곱의 아들들이 아버지 앞에서 자루를 풀었는데 그 속에 돈뭉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야곱은 요셉을 잃고 시므온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 베냐민까지 빼앗아 가고자 한다며 분노합니다. 르우벤이 야곱에게 두 아들의 목숨을 걸고 베냐민과 함께 애굽에 다녀오겠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 아이만은 보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져온 곡식이 다 떨어져 갑니다.
유다의 설득(1-10절)
(1-2) 그 땅에 기근이 심하고 그들이 애굽에서 가져온 곡식을 다 먹으매 그 아버지가 그들에게 이르되 다시 가서 우리를 위하여 양식을 조금 사오라
야곱의 가정에 닥친 기근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진행되는 역사이기에 지나고 나면 그 의미와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언제든 기근 곧 영적인 고난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우리를 인도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임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야곱은 또다시 찾아온 위기 앞에서 자녀들에게 해결을 촉구하지만, 족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 야곱을 유다가 설득합니다.
(3-5) 유다가 아버지에게 말하여 이르되 그 사람이 우리에게 엄히 경고하여 이르되 너희 아우가 너희와 함께 오지 아니하면 너희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으니 아버지께서 우리 아우를 우리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내려가서 아버지를 위하여 양식을 사려니와 아버지께서 만일 그를 보내지 아니하시면 우리는 내려가지 아니하리니 그 사람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너희의 아우가 너희와 함께 오지 아니하면 너희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음이니이다
야곱은 모두가 원하는 그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냐민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현재 볼모로 잡혀 있는 시므온도 살아 돌아올 수 없고, 양식도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 공동체 모두가 생명을 잃을 위기 앞에 있지만, 자신의 상처와 과거의 아픔에 얽매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야곱의 모습을 봅니다. 위기 속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 판단 능력, 바른 의사결정,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많은 경험과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크리스천 리더에게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안목과 믿음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야곱은 여전히 아들들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왜 자신을 괴롭게 하느냐고 하소연합니다.
(6) 이스라엘이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너희에게 또 다른 아우가 있다고 그 사람에게 말하여 나를 괴롭게 하였느냐
6절에서 야곱이란 이름 대신 이스라엘을 사용한 것은 이 말씀이 언약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간 야곱의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언약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섭리 아래에서 이스라엘의 순종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참다못한 아들들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7) 그들이 이르되 그 사람이 우리와 우리의 친족에 대하여 자세히 질문하여 이르기를 너희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시느냐 너희에게 아우가 있느냐 하기로 그 묻는 말에 따라 그에게 대답한 것이니 그가 너희의 아우를 데리고 내려오라 할 줄을 우리가 어찌 알았으리이까
본래는 야곱의 아들들이 요셉에게 정탐꾼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먼저 자신들의 처지와 가정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는 애굽 총리가 조목조목 자세하게 먼저 물어봤다는 사실을 호소하듯 아버지에게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요셉이 아버지와 집안 상황이 궁금하여 자세히 물어봤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질문에 자신들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유다는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아버지 야곱을 설득합니다.
(8-10) 유다가 그의 아버지 이스라엘에게 이르되 저 아이를 나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곧 가리니 그러면 우리와 아버지와 우리 어린 아이들이 다 살고 죽지 아니하리이다 내가 그를 위하여 담보가 되오리니 아버지께서 내 손에서 그를 찾으소서 내가 만일 그를 아버지께 데려다가 아버지 앞에 두지 아니하면 내가 영원히 죄를 지리이다 우리가 지체하지 아니하였더라면 벌써 두 번 갔다 왔으리이다
유다는 스스로 자신이 담보가 될 각오로 아버지를 설득합니다. 손에서 그를 찾으시라는 말은 막내 베냐민을 반드시 데리고 다시 오겠다는 강한 확신과 의지가 담긴 말입니다. 영원히 죄를 지겠다는 것은 만일 베냐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유다 자신의 남은 평생에 아버지 앞에 죄인으로 살면서 그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의 표현입니다. 르우벤이 자신의 두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야곱을 설득했지만, 유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버지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과거 요셉을 구덩이에 빠뜨리고 상인들에게 팔 때도 르우벤이 나서서 성공하지 못한 것을 유다의 제안으로 요셉의 생명을 죽음에 이르지 않게 했던 것과 유사한 장면입니다. 왜 유다가 전면에 나서서 아버지를 설득했는가에 대한 의견은 이러합니다. 르우벤은 이미 빌하를 범함으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이고, 시므온과 레위는 세겜 사람들을 죽이는 죄를 범했고 더욱이 시므온은 지금 애굽에 있기 때문에 유다가 실제적인 장자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담보가 되겠다고 헌신한 유다의 모습에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희생은 썩어지는 밀알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희생으로 새로운 생명을 낳게 되는 것이며, 생명을 살리는 길이 됩니다. 이러한 희생의 각오가 있었기에 야곱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입니다.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꾼 야곱이 드디어 아들들에게 베냐민을 데리고 애굽에 다녀오라는 말을 합니다.
야곱의 결단(11-15절)
(11) 그들의 아버지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러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로 드릴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유향나무 열매와 감복숭아이니라
야곱은 애굽 총리를 잘 설득하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치밀한 계획을 말해 줍니다. 당시 주식으로 먹을 것은 없었지만 가나안 땅의 갖가지 향품과 나무 열매들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2) 너희 손에 갑절의 돈을 가지고 너희 자루 아귀에 도로 넣어져 있던 그 돈을 다시 가지고 가라 혹 잘못이 있었을까 두렵도다
요셉이 몰래 넣어 두었던 자루의 돈까지 다시 챙겨서 갖다주므로 확실한 자, 곧 믿을만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도록 합니다. 애굽을 정탐하러 온 사람들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정직한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입니다. 여러 지침을 이야기한 후 맨 마지막에 베냐민을 함께 보낼 것을 이야기합니다.
(13-14) 네 아우도 데리고 떠나 다시 그 사람에게로 가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
베냐민마저 잃을까 큰 근심 속에 있던 야곱은 이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며 그를 보내기로 합니다. 체념 섞인 결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 라는 고백과 함께 결단을 내립니다. 이러한 야곱의 고백과 삶의 결단은 우리의 삶에서도 필요합니다. 어떠한 일 앞에서, 또는 교회 사역을 감당할 때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소망하는 믿음과 기도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 믿음이 있을 때 용기와 결단,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금 나의 삶에서 믿음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입니까?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야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야곱과 같이 믿음으로 결단하며 용기 있게 행동하며 나아가는 신앙의 여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본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 또 한 가지는, 서로의 생명이 붙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요셉을 잃었던 야곱이 베냐민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어지는 상황이 베냐민만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만듭니다. 양식의 문제는 모두가 같이 죽거나 같이 사는 연대감을 형성하게 했습니다. 그들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며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그들을 하나가 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생명은 베냐민에게 있고 베냐민의 생명은 요셉의 손에 있습니다. 유다의 생명은 다시 베냐민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의 생명은 그들의 리더 유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면서 교회 공동체를 또한 바라봅니다. 예수님께서 생명을 위해 이 땅에 오셨기에, 교회는 이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연결하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15) 그 형제들이 예물을 마련하고 갑절의 돈을 자기들의 손에 가지고 베냐민을 데리고 애굽에 내려가서 요셉 앞에 서니라
애굽으로 내려가는 형제들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지난날의 과오와 또한 시므온을 데리고 올 수 있을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막내 베냐민과 함께 길을 걷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죄는 항상 그 결과와 대가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후 요셉의 고백과 같이 하나님은 그것까지도 선으로 바꾸셔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고 한 나라를 세워가는 과정으로 선용하시는 것을 봅니다.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은혜가 아닌 것이 없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우리 주님이 구약의 예언대로 오시고 그 말씀을 성취하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은 지금도 믿는 자의 삶과 인류의 역사 가운데서 온전히 성취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그 은혜의 말씀을 더욱 더 기억하며, 그 말씀이 우리 삶을 비추고 인도해 주심을 경험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귀한 한 날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해 연약한 인간의 모습과 그 가운데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와 결단의 자세를 보였던 유다의 모습을 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우리 인생에도 때로 영적 기근과 같은 고난이 찾아올 때, 우리 자신의 고집과 우유부단함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시고, 오직 우리 인생의 주인이신 전능하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또한 유다처럼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헌신의 삶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오늘 하루도 말씀 앞에 헌신하는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은 때로 영적 기근을 통해 우리 삶을 인도하십니다. 영적 기근과 같은 때에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2. 어떠한 문제 앞에서 용기 있는 리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봅니다. 공동체 안에서 영적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자세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3. 야곱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나아갔습니다. 나의 삶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을 고백하며 의지해야 할 영역은 무엇인지 떠올려 봅시다.
4. 오늘 하루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보며, 은혜의 말씀이 나의 삶에서 성취되기 위해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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