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자 (벧후 3:18)
근자에 심리학에서 새롭게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983년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러 박사가 이 이름으로 책을 쓴 뒤부터 이 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카일러 박사는 1970년대 말부터 미국사회에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주목하여 연구해 왔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고, 항상 불안해하며 현실에서 도망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카일러 박사는 이런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꿈나라에서 소년으로 살아가는 피터 팬과 같이, 어른이 돼서도 아이처럼 살아가려 한다는 뜻에서 피터 팬 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최근에 몸은 어른이 됐는데 마음은 아직도 아이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인이 됐지만 성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기만의 세계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다 자랐지만 정신적으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교회 다닌 지 오래 됐습니다. 그래서 교회 생활에는 잘 적응합니다. 교회 봉사도 많이 하고, 교회에서 인정도 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영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주님과 인격적 만남을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영으로 진리로 예배를 드리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사명을 깨닫지 못합니다. 기도의 응답을 확신하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영적인 피터 팬 증후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터 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무척이나 마음이 아픕니다. 안타까움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영적인 피터 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님께서 무척이나 마음 아파하십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주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박해가 밀려오자 믿음이 크게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이들에 대해 무척이나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주님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고 저들에게 이렇게 권면하고 있습니다.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 영적으로 자라가라는 당부입니다. 한 마디로 영적 성장에 대한 당부입니다.
영적 성장
영적으로 자라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사실 영적으로 자란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도록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는 힘이 듭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비유로 설명하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신학자들도 저마다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그중에 우리가 영적 성장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설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기독교교육학자 존 웨스터호프라는 분이 설명하는 ‘신앙 성장의 4단계’라는 것입니다.
이분이 쓴 [교회의 신앙교육]이라는 책을 보면,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다음의 네 단계를 따라서 자라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경험된 신앙(experienced faith)
이 단계의 신앙은 어린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부모나 교사와 같은 신앙의 모델을 보고 따라하는 신앙 형태를 말합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교회에 옵니다. 교회학교 선생님들을 따라서 예배드립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선생님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안에서 예수를 경험하게 됩니다. 예수의 사랑을 의심 없이 믿습니다.
그러나 아직 예수님이 누구신지 머리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둘째, 관계적 신앙(affiliative faith)
이 단계의 신앙은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기를 받아들여주는 공동체에 참여하여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신앙형태를 말합니다. 이 때 신앙은 더불어 하는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됩니다. 함께 찬양하고, 함께 성경공부하고, 함께 수련회 참여하고, 함께 봉사하면서 좋은 관계 속에서 신앙이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예수와 인격적 만남을 통한 자신만의 신앙고백은 없습니다. 좋은 관계 속에 머물며 신앙을 지켜갈 뿐입니다.
셋째, 탐구하고 씨름하는 신앙(searching or struggling faith)
이 단계의 신앙은 청소년기 후반에서 시작되어 주로 청년기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어릴 때부터 가져온 경험된 신앙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관계적 신앙 시기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탐구를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과연 살아계신가? 예수 믿는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오늘 교회는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인가?
때론 이런 탐구 과정에서 방황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질서와 갈등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이 때 영적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넷째, 자신의 신앙(owned faith)
이 단계의 신앙은 주로 청년기 이후에 볼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탐구하고 씨름하는 신앙을 넘어서 자신이 삶으로 고백할 수 있는 신앙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이것은 주입된 신앙이 아니고 자신이 선택하고 깨달은 신앙입니다.
이 때 비로소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뚜렷한 입장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신앙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은 이처럼 계속 자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회를 오래 다녔으면서도 여전히 경험된 신앙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 따라 교회에 오고,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신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를 오래 다녔으면서도 아직도 관계적 신앙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았다고 교회 자체를 다니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를 오래 다녔으면서도 탐구적 신앙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적인 문제와 씨름하느라 쩔쩔맵니다. 영적으로 방황을 합니다. 신앙생활에 기쁨이 없습니다.
이런 우리들을 향해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주님 부르시는 날까지 계속 믿음이 자라가야 합니다.
영적 성장의 길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신앙이 자랄 수 있을까요?
첫째, 영적 성장에 대한 열망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해 가려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영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행 17:11을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베뢰아에 있는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워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 바울이 베뢰아라는 지역에서 복음을 전할 때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베뢰아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듣고는 그 말씀을 더 깊이 알기 위해 날마다 성경을 공부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영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이 남달랐다는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에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영적 성장에 대한 갈망이 약해져 간다는 것입니다. 교회 생활 연조가 쌓이면서 이 정도면 되었다고 자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저런 훈련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알만큼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공부하는 일, 영적인 훈련을 쌓아가는 일을 게을리 합니다. 결국 영적인 성장이 멈추고 오히려 영적인 침체에 빠져듭니다.
안타까운 것은 저를 비롯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영적 성장에 대한 갈망이 시들해졌다는 것입니다. 목회에 도움이 되는 비법을 전수해 준다는 곳에는 목회자들이 모여듭니다. 정치적인 모임에도 목회자들이 많이 모입니다. 여행을 하고 운동을 하는 곳에도 목회자들이 관심을 많이 기울입니다. 그러나 영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모임은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에 작년 말부터 작은 모임 하나를 시작했습니다. 뜻을 함께 하는 몇몇 목회자들과 공부하는 모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함께 영성, 성경, 신학, 시대의 흐름에 대해 책을 읽고 토론하며 공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 자신의 영적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새해에는 영적 성장에 대한 열망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베뢰아 교인들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 앞에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처럼 영적 성장에 대한 갈급함이 있기를 바랍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일어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영적 성장을 위한 훈련
딤전 4:7-8을 보면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있습니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바울이 제자인 디모데에게 권면한 말씀입니다. 한 마디로 영적 성장을 위해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운동하기 위해 다니는 헬스클럽 입구에 이런 경구가 붙어있습니다. “No Pains, No Gains”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건강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의 고통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운동하러 갈 때마다 이 경구를 보게 되고 또 마음도 다잡게 됩니다.
영적 성장을 위한 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불신자들과 같이 먹고 사는 일에 시간을 쏟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족들을 보살피는 일도 바쁩니다. 이것저것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영적 성장을 위한 훈련까지 하려니 바쁘고 힘이 듭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영적 훈련을 통해 믿음이 자라갈 때 우리는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잘되고, 강건케 되는 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뿐 아니라 저 하늘에서 정말 큰 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에 힘써야 할까요? 사실 영적 훈련의 내용은 방대합니다. 그 중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말씀훈련입니다. 말씀훈련은 성경을 통해 수행하는 훈련입니다. 말씀을 읽는 훈련, 말씀을 묵상하는 훈련, 말씀을 공부하는 훈련과 같은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통해 우리는 예수를 아는 지식을 쌓아가게 됩니다. 예수를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예수가 누구시고 예수가 나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를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새해에는 성경을 더 가까이 하며 사시기를 바랍니다. 성경을 매일 읽으시고, 성경을 매일 묵상하시고, 성경을 적극적으로 공부하시기를 바랍니다.
둘은 기도훈련입니다. 기도훈련은 성령을 통해 수행하는 훈련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기도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를 드립니다. 성령의 감동으로 기도의 응답을 받습니다.
이 훈련을 통해 우리는 예수와 깊은 영적인 교제를 나누게 됩니다. 주님의 뜻을 깨닫고 나 자신을 새롭게 바꿔갑니다. 때로는 주님의 뜻을 따라 상황도 바꾸고 세상도 바꿔갑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새해에는 기도의 골방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도의 골방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도의 골방에서 주님과 더 깊은 교제를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셋째, 영적 성장의 초점
특별히 오늘 본문을 보면 우리가 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을 말씀해 줍니다. 바로 예수를 아는 지식입니다. 우리가 영적 성장을 위해 훈련할 때 집중해야 할 것이 바로 예수를 더 깊이 알아가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면 왜 예수를 아는 지식을 얻는 일에 영적 훈련을 집중해야 할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예수를 아는 지식만이 우리를 영적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점에 대해 놀라운 비밀을 가르쳐줍니다. 우선 요 1:3을 보면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창조세계를 올바로 알려면 예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 3:16을 보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죄사함 받고 구원받고 영생을 얻으려면 예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 8:32을 보면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씀했습니다. 우리가 참된 자유를 누리며 살려면 진리이신 예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 10:10을 보면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우리가 생명을 얻고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리려면 예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려면 길은 하나입니다. 바로 예수를 아는 것입니다. 예수를 아는 지식이 점점 늘어가면 우리는 영적으로 더욱 풍성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도구들을 사용합니다. 미시적인 세계를 들여다 볼 때는 현미경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거시적인 세계를 바라볼 때는 망원경을 사용합니다. 요즘은 전자현미경이나 전파망원경과 같은 최첨단 도구들을 사용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영적인 세계를 바라볼 때는 예수를 통해야 합니다. 예수를 알아야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를 알아야 영적인 사건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를 알아야 저 영원한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직 예수를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금년 교회의 표어를 “예수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자!”라고 정했습니다. 금년 한해 우리가 더욱 예수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 영적 성장에 힘을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교우들의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목회 사역을 준비하겠습니다. 열심히 참여하셔서 우리 모두 예수를 아는 지식에 다 함께 자라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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